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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 책 읽는다” 체벌한 중학교 교사…대법 “학대 인정”

입력 | 2024-10-04 16:18: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3.10.6 뉴스1


자율학습 시간에 애니메이션 풍의 삽화가 들어간 소설책을 본 학생에게 “선정적인 책을 본다”며 체벌하고 공개적으로 꾸짖은 중학교 교사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 씨는 2019년 3월 학생들이 자유롭게 독서하도록 자율학습을 지시했다. 이때 학생 B 군이 삽화가 들어간 소설을 읽자 20분간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B 군은 “야한 종류의 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A 씨는 다른 학생들에게 “B 군이 야한 책을 보는데 이 그림이 선정적이야, 아니야”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해당 책에는 일부 삽화가 등장하지만 성적인 내용은 없었다. B 군은 사건이 발생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교과서에 ‘A 교사로 인해 따돌림을 받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었다.

1심은 “피고인의 행동으로 피해 아동이 같은 반 교우들 앞에서 느꼈을 수치심이나 좌절감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유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A 씨가 B 군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비극적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A 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훈육 또는 지도의 목적으로 한 행위이더라도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인 학생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른다면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