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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강국의 힘, 불가역적 확보” 비핵화 불가 선포

입력 | 2024-10-04 20:37:00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우리를 공격하려 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주장과 함께 “(한미가) 주권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든다면 가차 없이 핵무기를 포함한 수중의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오면 서울과 대한민국의 영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핵강국의 절대적 힘을 불가역적으로 확보했다”며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대남 핵공격을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 미 대선이 33일 남은 가운데 차기 미 행정부와 핵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핵군축 등 핵 담판에 나설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4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일 서부지구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시찰한 자리에서 “윤석열 괴뢰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지 않을 수 없게 한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2022년 7월 전승절 연설에서 “윤석열 과 그 군사깡패들”이라고 맹비난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앞서 1일 윤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에 나선다면 “그날이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맞받아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핵보유국” “핵강국”이라면서 핵포기 불가 의사를 재차 밝혔다. 우리 군은 “우리 국군 통수권자를 직접 비난한 것은 절대 용납할수 없는 행태”라며 “우리 군의 강력한 능력과 확고한 태세로 인한 (북한 지도부의) 초조함과 불안감의 발로”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를 겨냥해 “영원히 우리의 핵을 뺏지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오랜 기간 간고한 도전을 이겨내며 핵강국으로서의 절대적 힘과 그를 이용할 체계와 기능을 불가역적으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불가’에 방점을 찍으며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 이는 다음달 5일 미 대선 후 차기 미 행정부와 핵군축 협상을 벌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 핵보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면서 이에 편승하려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수중의 모든 공격력을 사용”, “수사적 위협이 아닌 물리적 파괴력에 의한 현실적 예측” 등이라고 언급하며 핵무기 뿐만 아니라 최근 공개한 4.5t급 초대형 탄두 장착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까지 대남 공격에 사용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예비역 준장)은 “국군의날 우리 군이 공개한 현무-5와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등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강화에 김정은이 두려움을 느끼는 방증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7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14기 11차 회의를 앞두고 대남 적개심 고취 목적으로도 볼수 있다”고 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선 “북남 관계는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주장한 김 위원장의 새로운 노선이 북한 헌법에 반영될 것으로 예고됐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국군의 날에 우리 군이 공개한 ‘현무-5’ 지대지 탄도미사일에 대해 “흉물”, “쓸데없이 몸집만 잔뜩 비대한 무기”라고 비난하면서 “(북한군의 초대형) 방사포 1대의 투발능력은 재래식 폭약으로 환산하면 900t의 폭발력과 맞먹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주장했다. 초대형방사포(KN-25)에 장착된 전술핵 위력이 현무-5(탄두 중량 8t)의 100배 이상이라고 위협한 것이다. KN-25는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4~6개의 발사관이 적재된다.

김여정의 주장대로라면 방사포탄 1발당 최소 0.15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파괴력), 최대 0.225kt급 전술 핵탄두가 장착됐다는 의미가 된다. 재래식 폭약으로 환산하면 각각 150t과 225t으로 현무-5의 최소 18배, 최대 28배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북한이 지난해 3월에 공개한 ‘화산-31’ 핵탄두를 KN-25에 장착해 이미 배치까지 완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KN-25를 활용한 대남 핵타격 훈련을 연이어 주관한 바 있다. KN-25를 유사시 대남 핵 파상공격의 ‘주포’로 활용하기 위한 실전적 훈련으로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다만 군 관계자는 “(김여정의 주장은) 재래식 무기체계로는 불가능한 것이고, 다른 체계(핵무기)로도 잘 안맞는 것”이라며 “기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