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 지음·손성화 옮김/456쪽·2만2000원·어크로스
30여 년 전 음악다방 같기도 한 이곳은 2024년, 전국 곳곳에 포진한 뉴트로 카페의 풍경이다. 1980, 90년대에 어린 꼬마였거나 태어나지도 않았던 오늘날 젊은층이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질병으로 분류됐던 노스탤지어(nostalgia)의 기원과 시대별 변천사를 세밀하게 짚으며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지나간 때에 감정을 채우고 장밋빛 조명을 비추는” 노스탤지어는 비단 21세기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종교 전쟁, 제국주의, 산업화 등 크고 작은 사회적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벌어졌다. 노스탤지어의 역사를 총 10장에 걸쳐 파헤친 책에 따르면 노스탤지어는 1669년, 스위스 용병들 사이에서 확산한 ‘향수병’을 의사인 요하네스 호퍼가 최초로 규명하며 역사에 기록됐다.
오늘날 되풀이되는 ‘노스탤지어 유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1970년대 불황에 빠진 미국에서는 1920년대 패션, 먹거리, 교육 등이 맹목적으로 유행했다. 이에 저자는 책 ‘좋았던 그 시절: 끔찍했지’를 인용한다. “우리는 그 당시 실업자들의 굶주림과 절망, 범죄와 부패는 망각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나쁠 수 있지만 ‘좋았던 그 시절’에는 한없이 더 나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