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잠에게/박새한 지음/36쪽·1만5000원·문학동네
이 책은 도시와 숲을 지나, 사람들과 황새, 고양이, 무당벌레까지 모두를 재우는 잠을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두를 마법처럼 재우는 잠은 작고 동그란 검은 요정처럼 생겼다. 모두를 재우다 잠은 문득, ‘나는 왜 깨어 있지?’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하지만 말해 줄 수 있는 이들이 없다. 잠이 다가가면 모두 까무룩 잠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잠들고 싶어 몽실몽실 민들레 씨앗 위에도 누워보고, 보송보송 병아리떼 위에도 누워보고, 높이 뜬 열기구 위에도 누워보는 잠. 그래도 잠들지 못하는 잠. 울고 싶은 마음으로 지쳐 털썩 누웠을 때, 그릉그릉 잠든 고양이 숨소리와, 셀 수 없이 많은 꿈들의 유영을 지켜보다 스스륵, 그제야 잠도 잠에 빠지고 만다.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읽기에 좋은 책. 잠의 나른한 모험과 꿈의 세계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