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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론/박기순]사면초가 중국 경제, 비상 걸린 한국 경제

입력 | 2024-10-04 23:15:00

中 부동산 침체-소비 감소 속 기업 실적 악화
제조업 육성 매달려 보조금 등 지원 강화할 듯
한국 기업과 경쟁 격화 예상돼 대비책 세워야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 원장


중국 경제가 사면초가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소비 감소 등으로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리창(李强) 총리가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했던, 전기차 태양광 등 신경제로 구경제를 커버해 작년에 5.2% 성장률을 달성했다는 자부심이 반년도 지나지 않아 무너져 내렸다.

중국 내에서 청년실업률 증가 등 경기 침체의 고통과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에 따른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수십 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마이너스 생산자물가지수(PPI)로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정책 당국의 위기감도 크다. 중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 등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스스로 문제를 키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는 균형을 잡으면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극단적 제조업 중시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 경제의 30%까지 차지했던 부동산업을 가상경제로 보고 2021년부터 엄격한 대출 규제를 시행해 경기를 냉각시켰다. 디지털경제를 외치면서 플랫폼 산업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규제를 하고, 외자 유치를 외치면서 외자를 내치는 간첩법을 강화해 사서 문제를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가 결국 지준율과 금리 인하 등 확대적 통화 정책을 내놓고 경기 대응에 나섰다. 곧 확대 재정 정책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 부양 조치와 연말에 있을지도 모를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로 중국 경제가 일부 회복될 수도 있겠으나 경기 침체 우려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 제조업 중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조금이라도 과열 조짐을 보이면 다시 고삐를 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리한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부동산 경제’에서 벗어날 기회를 놓치고 구경제로 회귀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제조업 육성에 매달렸고 지금은 미중 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첨단 기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독자 기술 개발에 목숨 걸고 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14년부터 5년마다 반도체 대기금을 조성해 투자하고 있다. 올해 이미 3000억 위안이 넘는 3차 기금을 조성했고 현재까지 약 1조 위안의 투자 자금을 마련했다. 여기에다 지방정부 기금, 개발은행, 건설은행 등 국유은행,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등의 투자금까지 고려하면 3조∼4조 위안(약 570조∼760조 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셈이다.

중국은 이러한 집중적인 투자와 보조금 지원, 외자기업에 대한 차별 등 각종 산업 정책을 동원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글로벌 1위로 키워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커다란 발전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중국의 시장이 커진다고 해도 우리에게 돌아올 혜택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중국이 대부분의 소재, 부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보완 관계가 해체되고 전면적 경쟁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범용제품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퇴출되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사실은 중국이 주도한 것이다. 중국은 산업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소재의 국산화율 7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는 기존의 공급망에서 탈퇴해 중국이 가져가는 부가가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이 의도한 디커플링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대만 등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 대한 선언이기도 하다. 한중 간의 디커플링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가 작년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논쟁은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치 않다. 중국 경제가 당장은 사면초가 신세지만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갈수록 강화될 것이고, 한국 기업과의 경합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는 우리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중국 경기 사이클에 따른 단기적 영향보다 중국이 추진하는 산업 정책과 제조업 지원, 강력해진 중국의 민간 기업들의 제조 혁신으로 인한 장기적 영향을 더 대비해야 한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