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관계자가 김건희·채해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안 재표결 투표결과지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 앞서 살펴보고 있다. 이날 김건희·채해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안은 모두 부결됐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이 어제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2개의 특검법 모두 표결에 참여한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무효가 2표였다. 범야권 의원 192명이 대부분 찬성했다고 가정한다면 여당 의원 108명 가운데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이탈표가 최소 4명 나왔다는 뜻이다. 올 2월 첫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당시 여당 의원들이 사실상 전원 반대했던 것과는 양상이 달라졌다.
이를 놓고 여당 내에서는 “굉장히 위협적인 숫자”라는 반응이 나왔다. 의원 전원이 법안 재표결에 참여할 경우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수정 발의하고 여당에서 기권·무효표 2명에 더해 4명이 더 찬성 쪽으로 마음을 바꾸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 여권 내부의 사정을 보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심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검찰은 디올백 수수 사건에서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데 이어 이달 안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 끝에 김 여사가 면죄부를 받았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여당 의원들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특검법에 거듭 반대만 하는 것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의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여권의 결속력도 약해졌다. 한 대표가 특검법이 한 번 더 넘어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며 여지를 남긴 것도 심상치 않다. 그런데도 용산은 최소한의 사과도 설명도 않은 채 방어 태도만 취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으로 언제까지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