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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영공 10곳 넘어… 교민 96명 레바논 탈출

입력 | 2024-10-05 11:46:00

4일(현지시간) 베이루트 출발
공중급유기 타고 서울공항으로
레바논에 우리 교민 34명 남아
대사와 공관원도 현지에 잔류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는 중동 국가 레바논에 있던 국민 96명이 5일 낮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 수송기인 ‘시그너스(KC-330)’를 이용해 귀국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떠나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수송기에는 우리 국민 96명과 교민의 가족인 레바논 국적자 1명이 탑승했다. 일본인을 비롯한 우방국 국민들은 이번엔 탑승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5일 국방부와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교민들이 4일 오후 베이루트를 출발해 현재는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고, 곧 성남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민들은 중동 지역 영공을 비롯한 10여 개국 영공을 차례로 거쳐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현지 공항에서 교민들이 군수송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외교부 제공.

외교부에 따르면 이송 작전 이전까지 레바논에 체류하던 우리 교민은 대사관 직원을 제외하고 2일 기준 총 13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작전이 끝난 뒤로 레바논에 남아있는 한국인 교민은 34명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은 1일(현지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본토를 공격하는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은 건 2006년 헤즈볼라 공격으로 병사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납치된 것을 계기로 발발한 ‘34일 전쟁’ 이후로 18년 만의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2일 헤즈볼라와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가면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공습 지역에 대한 폭격을 이어갔다.

그러자 정부는 이달 2일 레바논에 공군 수송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해 군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레바논 교민 철수 작전에 동원된 공군의 공중급유 수송기인 ‘시그너스(KC-300)’의 모습. 외교부 제공.

정부는 레바논 현지에서 교민들이 민간 항공기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군수송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레바논을 빠져나가는 민간 항공기가 운항되고 있지만 항공기 대수가 현저하게 적어 교민들이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민항기가 정상 운항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에는 군수송기를 급파하지 않았다.

외교부 영사국 심의관을 비롯한 외교부 직원 5명이 ‘신속 대응팀’으로 3일 군수송기를 타고 서울 김해공항을 출발해 레바논 현지로 향했다. ‘신속대응팀’은 현장에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교민 안전 지원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 주 레바논 한국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철수하지 않고 레바논에 남기로 했다. 레바논 한국대사관도 그대로 운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으로도 레바논 등 중동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동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다양한 안전 조치를 지속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