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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공돈’ 10억보다 투자수익 2억 원에 더 큰 희열 느껴

입력 | 2024-10-06 09:07:00

[돈의 심리] 성공한 사람들이 놀고먹는 대신 돈 버는 일에 몰두하는 이유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너라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돈이나 쓰면서 놀기만 할 텐데…. 그런데 넌 아직도 뭘 계속 하려고 하는 것 같아.”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친구의 말이 맞다. 나는 아직도 뭘 더 하려 하고 또 실제로 하고 있다. 현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 돈을 더 벌려 한다. 친구 말을 들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돈을 추구하는 욕심쟁이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친구 말대로 그냥 돈을 쓰면서 편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먹고살 충분한 돈이 있는데도 계속 돈, 돈 거리면서 돈을 벌려 하는 건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 많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어린이 동화에 나오는 전형적으로 돈만 아는 욕심쟁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

일부 자산가는 돈을 쓰는 것보다 버는 것을 통해 행복감을 느낀다. [ETTYIMAGES]

노후 걱정 없는 파이어족 삶일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쓰기만 해도 될 만큼의 돈은 아직 없어서 여전히 돈, 돈 거린다고 볼 수도 있다. 내가 파이어족이 된 처음에는 분명 그랬다. 파이어족은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의미이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만큼 돈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쓰면서 놀기만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미국 주식이 오르고, 부동산도 오르고, 비트코인도 오르면서 재산이 더 늘었다. 이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쓰기만 해도 된다. 마음먹고 일부러 낭비하거나 의도적으로 사치한다면 물론 돈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도적 낭비 없이 일상생활 수준에서는 친구 말마따나 그냥 돈을 쓰면서 놀기만 해도 된다. 그런다고 돈 없는 노후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도 나는 뭔가를 하려 한다.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고, 여전히 투자책을 읽는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돈, 돈 거린다. 예전에는 직장 일을 하느라 돈, 돈 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아무 일도 안 하니까 돈, 돈 거릴 시간이 많다.

스스로 돌아본다. “나는 정말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가 된 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돈만 요구하는 욕심쟁이가 된 건가.” “즐길 줄 모르고 버는 것만 추구하는 인간인 건가”.

좀 다른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려 한다. 그러면 질문. “돈을 쓰는 일과 버는 일 중 뭐가 더 재미있을까.”

많은 사람에게 이 질문의 답은 분명하다. ‘돈을 쓰는 일’이 더 재미있다. 가지고 싶은 것을 소유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 도와주고 싶은 사람을 돕는 것 등 돈을 쓰면 그동안 자신이 원하던 일들을 할 수 있다. 마음대로 쓸 돈이 없어서 못할 뿐이다. 마음대로 써도 되는 돈이 있어서 정말로 마음대로 쓴다면 그것만큼 만족도 높은 일도 없다. 돈 걱정 없이 매일매일 친한 사람들을 만나 먹고 마시고 노는 삶,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반면 ‘돈을 버는 일’은 재미가 없다. 일단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다. 먹고살려면 돈이 있어야 해서 돈 버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렇게 번 돈을 쓰는 게 목적이다. 가끔 자기는 직장 업무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직장 일이 좋다고 해도 그 일을 하는 진짜 이유는 거기서 돈이 나오기 때문이다. 돈을 주지 않으면 직장 일 자체가 좋다면서 그냥 나가서 일할까. 그 정도 수준이 아닌 한 돈보다 일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니다. 돈을 벌려고 일하는 것이고, 돈을 버는 목적은 돈을 쓰기 위해서다. 돈 쓰기와 돈 벌기를 비교하면 당연히 돈 쓰기가 더 재미있고 행복하다.

일반적으로 돈 쓰는 재미가 더 있어직장인, 월급을 받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돈 벌기보다 돈 쓰기가 더 재미있다. 그런데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돈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돈 버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는 방법이다. 직장인, 개인사업자는 대부분 이 방법으로 돈을 번다.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돈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투자자, 사업가는 대부분 이렇게 돈을 번다.

투자자가 돈을 번다는 건 어떤 방식일까. 일단 어떻게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또 어떤 아이템이 잘 될지, 사고파는 시점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돈을 벌 수 있다. 즉 투자자는 자신의 사고방식, 판단, 운 등이 모두 맞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돈을 벌었다는 건 자신의 그런 판단과 행동이 모두 제대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사업가도 마찬가지다. 아이템 선정부터 직원 채용, 내부 운영, 외부 사업자와 협의 등 모든 게 다 제대로 돼야 큰 수익이 날 수 있다. 그중 뭐 하나만 잘못돼도 돈을 벌 수 없다.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건 자신의 판단, 행동, 실행 등이 모두 제대로 이뤄졌고 큰 실수나 잘못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투자자나 사업가는 돈을 쓰는 게 더 재미있을까, 돈을 버는 게 더 재미있을까. 직장인이 일해서 돈을 버는 건 노동의 대가다. 당연히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재미있다. 하지만 투자자나 사업가처럼 스스로 돈을 만들어내는 단계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돈을 벌었다는 것은 자신의 판단, 생각, 행동, 운 등이 모두 제대로 맞아떨어졌다는 뜻이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 내가 맞았다, 행운이 내 편이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을 받으면 굉장히 기분 좋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돈을 쓰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게 훨씬 더 재미있다.

자기 판단이나 생각이 맞았다는 느낌보다 그냥 돈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냥 돈이 더 좋은 거라면 투자나 사업으로 10억 원을 벌거나, 증여나 상속을 받아서 10억 원이 생기거나 똑같이 좋아야 한다. 투자나 사업으로 5억 원을 버는 것보다 증여나 상속으로 10억 원을 받는 게 훨씬 더 좋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증여나 상속으로 10억 원을 받는 것보다 자기 스스로 5억 원을 버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 아니, 5억 원까지도 아니다. 자기 스스로 번 2억 원은 누가 준 돈 10억 원보다 훨씬 큰 즐거움을 준다. 돈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 자기 생각과 판단, 행동이 맞았다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

이것을 알고 나니, 그동안 많은 사업가가 자신은 돈보다 사업 자체, 일이 더 좋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됐다. 성공한 사업가는 보통 이렇게 말하곤 한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사업하고 일하는 자체를 좋아한다.”

한국이나 미국 어느 나라에서든 성공한 사업가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사실 예전에는 별로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런 사업가들이 인터뷰에서 “나는 사업보다 돈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대답했다간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냥 립서비스로 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게 솔직한 자기 마음인 것 같다. 돈 자체보다 돈을 버는 과정, 거기서 삶의 재미와 행복을 더 느낄 수 있다. 직장인이 아니라 돈을 만들어내는 투자자와 사업가 입장에서는 정말로 돈 버는 과정 자체가 삶의 의미일 수 있다.

돈 버는 재미도 있어돈을 쓰는 게 더 재미있나, 돈을 버는 게 더 재미있나. 많은 사람에게는 돈을 쓰는 게 더 재미있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게 더 재미있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사람은 돈 자체가 목적인 수전노, 욕심쟁이가 아니다. 돈 버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자신감, 자기 충족감이 돈 쓰는 재미보다 더 좋은 것이다. 다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면 그렇게 얘기해줄 생각이다. 내가 아직도 뭔가를 계속 하려고 하는 건 돈만 추구하는 욕심쟁이라서가 아니라 돈 버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가 더 좋아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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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59호에 실렸습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