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꾼 정부, 의대생 ‘내년 3월 복귀 조건’ 휴학 허용
텅 빈 의과대학 강의실. /뉴스1
교육부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이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4일만 해도 대학 총장들을 불러 ‘휴학 불가’ 방침을 강조했던 교육부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고 “2025학년도 학사 정상화를 목표로 미복귀 학생에 대해 내년 학기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동맹휴학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증빙서류를 내며 휴학 사유를 소명할 때만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휴학 승인으로 내년 신규 의사 3000명 배출이 중단되는 등 예상되는 의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 측이 원하면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을 터 주기로 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김민호 서울대 의대 학생회장은 “휴학은 개인의 권리인데 이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5곳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대 교육기간 단축은) 대놓고 의대교육 부실화를 고착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10.06. 뉴시스
●대학들 “휴학 승인 책임 떠넘기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개인적 사정이 아닌 집단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각 대학은 제출된 휴학원 정정 등 별도 절차를 통해 동맹휴학 의사가 없을 명확히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휴학 승인 없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학생은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미등록 제적된다. 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은 “수업 복귀 시한이 대학에 따라 내년 1월 말까지 갈 수 있다”며 “학년도 말(내년 2월 말)에야 유급이나 제적 관련 부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휴학을 승인받았더라도 내년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 또는 제적 대상이 된다.
대학에선 “동맹휴학 불허 방침은 달라진 게 없는데 휴학 승인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대학이 승인한 휴학이 동맹휴학에 해당하는지 등을 점검해 내년부터 재정지원에 반영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금도 학칙상 개인사정으로 인한 휴학이 가능하다. 질병이나 군입대 사유가 아니면 동맹휴학으로 보고 휴학 승인이 안 된다고 해놓고 이제 와 서류를 보고 각 대학이 판단하라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의사단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학생들에게는 자유롭게 휴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휴학 제한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의대 교육 5년으로 줄이면 부실 교육”
교육부는 휴학 승인으로 의대생 연내 복귀가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신규 의사 배출 중단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총 6년인 현행 의대 교육과정(예과 2년, 본과 4년)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의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시 시기를 유연하게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2개 학기를 넘는 연속 휴학은 제한하는 규정을 학칙에 추가하라고도 했다.
의대 교육과정 단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정부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의대교육 선진화’를 내세운 정부가 당장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교육기간을 줄일 경우 의학교육 질 저하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학 발전에 따라 각종 실습이 늘어나는 등 의대 교육과정에서 가르칠 내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의대 교육기간을 단축하면 부실 교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