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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징 완납’ 11년 만에 다시 떠오른 ‘노태우 비자금’

입력 | 2024-10-06 17:25:00

8일 법사위 국감 등에서 도마 위에 오를 듯
김옥숙 여사 및 노소영 노재헌 등 두 자녀 증인 채택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개의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9.25/뉴스1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본격 다뤄진다. 추징금 2628억 원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로부터 28년, 추징금 완납 후 11년 만이다. ‘추가 은닉 비자금’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노태우 전 대통령 가족들이 직접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설 지도 주목된다.

7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를 비롯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등 두 자녀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정감사 증인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 명령이 가능하며, 이마저도 거부할 시 5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기 여러 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 대 비자금을 조성, 통치자금 등으로 활용했던 부정축재 사건이다. 1988년 2월 취임 후 “전 재산은 연희동 자택과 주식 등 5억원 정도”라고 밝혔던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비자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4500억 원 가량을 조성했다”고 진술했다. 기업으로부터 3400억 원, 대통령 취임 전 선거자금 등으로 모은 뒤 쓰고 남은 1100억 원 등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것.

이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배임수뢰 혐의로 구속했으며, 1997년 대법원은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해 징역 17년 및 추징금 2628억 9000만 원을 선고 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 측은 추징과 친인척 등을 통한 대납 등으로 2013년 모든 추징금을 납부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 의혹’이 추징급 완난 후 11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건 노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이 계기가 됐다. 노 관장은 김옥숙 여사가 ‘맡긴돈’이라 남긴 메모를 증거로 제시하며 ““1991년 경 부친 자금 300억원이 선경(현 SK)에 들어갔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 일가 자금 904억 원이 선경, 측근 등에게 맡겨졌다는 내용이 남겼다.

SK는 자금 유입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한 만큼 국회 차원의 규명 및 은닉 비자금 환수 움직임은 커지고 있다. 최근 여야 의원들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의 인사청문회에서 은닉 비자금 확인 및 환수, 세무조사를 촉구한 데 이어 은닉 비자금 환수와 부정은닉에 대한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한 상태다. 검찰도 은닉 비자금 수사를 검토 중이다. 

법사위는 노 전 대통령 일가를 상대로 이른바 ‘김옥숙 메모’의 진위와 함께 ‘은닉 비자금’의 향방에 대해 집중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관장 측이 해당 메모에 쓰인 금액의 은닉 비자금 의혹을 부인하면, 항소심 재판에서 허위 증거를 제시한 것이 되고, 메모 내용을 인정하면 은닉 비자금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