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조대왕 능 행차 재현… 올해 시민 1000명 함께 도심 걷기도

입력 | 2024-10-07 03:00:00

광화문∼노들섬 3시간 걷기 행사
참가비로 지팡이 구매해 기부 예정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가 진행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이와 함께 역사 행사에 참여하고, 기부도 할 수 있어 뜻깊네요.”

6일 오전 8시 반 서울 종로구 경복궁 광화문. 1795년 조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묘인 화성 현륭원으로 참배하러 가는 모습을 연출한 ‘정조 능(陵) 행차 공동 재현 행사’가 열렸다. 태평소와 나발 등 우렁찬 대취타 연주가 울려퍼진 가운데 말에 탄 정조와 가마에 오른 혜경궁 홍씨, 그리고 이들을 따르는 신하들로 분장한 연기자들이 광화문을 나서 한강 방향으로 이동했다.

올해는 왕의 행렬을 뒤따르는 시민 걷기 대회도 처음 열렸다. 이날 서울 시민 1000명은 정조대왕 행차를 따라 광화문 인근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부터 용산구 노들섬까지 약 7km 거리를 3시간 가까이 걸었다. 아들 문정준 군(8)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조수연 씨(38·서울 성동구)는 “아이에게 역사를 가르쳐 주면서 함께 걷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문 군은 말에 탄 왕과 무사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재밌다고 했다. 시민들이 1만 원씩 낸 참가비는 소외계층 노인 1000명에게 기부할 지팡이 구매에 쓰인다. 이날 흰 반팔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 손목엔 기부자를 뜻하는 끈이 묶여 있었다. 이는 과거 정조가 행차 당시 노인을 대상으로 베푼 연회에서 70세 이상 노인에게 노란 명주실로 만든 지팡이 끈을 줬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착안했다.

낮 12시경 시민 행렬이 노들섬에 도착한 이후엔 ‘효(孝)’를 주제로 여러 행사가 펼쳐졌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편지나 시 등 효에 관한 25글자의 짧은 글 공모전도 열렸다. 바이올린, 국악 합주단, 어린이 합창단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무대도 이어졌다. 서울 금천구 시흥행궁에선 최태성 역사 강사가 참여하는 특강 등이 마련됐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