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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어 K힐링”… 韓치유소설 해외서 뜬다

입력 | 2024-10-07 03:00:00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美-英서 출간
힐링 베스트셀러 판권 속속 계약
“번아웃 만연한 사회분위기 반영
상처 씻어내는 문학적 치료 경험”



연소민 작가의 소설 ‘공방의 계절’ 영문판 표지. 사진 출처 펭귄랜덤하우스 홈페이지


세계적인 인기를 끈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한국의 ‘힐링(치유)’ 소설이 해외에서 최신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일(현지 시간) ‘번아웃(Burnout·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을 다룬 한국의 소설들이 해외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한 ‘힐링 소설’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며 세계적인 출판사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의 힐링 소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추천 도서를 찾는 젊은 여성 독자층에 인기이며, K팝 스타들의 추천 후기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또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였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미국과 영국에서 번역 출간된 것을 비롯해 블룸즈버리 등 해외 유명 출판사들이 한국 힐링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거나 판권을 사들였다.

영미권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에선 4개월 내로 3개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에디터 제인 로손은 “한국 소설은 갑자기 유행을 타며 완전히 (인기가) 폭발했다”며 “여러 작품이 15∼20개 지역에서 판권 계약을 체결할 만큼 힐링 트렌드는 완전히 세계화됐다”고 평했다. 해외 판권 에이전트 조이 리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 소설이 있지만 “이제 (외국 출판사들에) 힐링 소설이 곧 한국 소설로 인식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힐링 소설은 주인공들이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나 구직 실패 등 일상을 뒤로하고 더 의미 있는 것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 힐링 소설의 유행은 ‘번아웃’이 만연한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를 토로하고, 서울에서는 ‘낮잠 카페’가 흔히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가을 해외 출간을 앞둔 연소민의 ‘공방의 계절’을 영문으로 번역한 클레어 리처즈는 소설 내용에 고양이, 김치, 아이스크림 등 “아늑한 힐링 요소”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코노미스트는 상처를 씻어내는 세탁소, 꿈을 살 수 있는 가게 등 힐링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현실 도피’의 기능을 한다고도 설명하며 독자들에게 “문학적 치료”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