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강화 지원 유세서 尹탄핵 암시 재보선 10일 앞두고 정권심판 강조 韓, 정권심판론 맞서 지역일꾼 역설 주말 이틀간 금정 머물며 표심잡기
“말해도 안 되면 ‘징치(懲治·징계해서 다스림)’해야 하고,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를 앞장세워 선거의 판을 정쟁의 장으로 물들이고 있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이 대표가 5일 인천 강화군수 재선거 지원 유세에서 “일을 제대로 못 하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도 못 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려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탄핵’이라는 표현을 직접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필요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대해 6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중앙의 정쟁을 끌어들이는 선거가 아니다. 금정을 위해서 누가 일할 수 있는지, 누가 실천할 수 있는지 정하는 선거”라며 ‘지역일꾼론’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5일 인천 강화군 강화풍물시장에서 민주당 한연희 강화군수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강화우체국 앞 지원 유세에서 “말해도 안 되면 징치해야 하고,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며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대의 정치”라고 말했다. 강화=뉴시스
이 대표는 10·16 재·보궐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오자 연일 ‘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강화군민 여러분이 전 국민을 대신해 정권에 2차 경고를 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라며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했지만, 정권이 정신을 못 차리니 이번에 2차 정권 심판을 확실하게 해달라”고 거듭 밝혔다. 지역 현안인 북한 확성기 관련 소음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게 남북 긴장 대결을 심화시켜서 결국 서로 보복하느라고 24시간 도저히 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음과 굉음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징치’ 발언을 “탄핵 몰이”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망나니 칼춤 추듯 탄핵의 칼을 마구 휘두른다”고 했고, 김혜란 대변인은 “대의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헌법적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서범수 사무총장도 “끌어내려 감옥으로 보내야 할 사람은 바로 (이재명) 당신임을 우리 국민 모두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 분열’로 역공에 나섰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한 대표는 이이제이(以夷制夷·적을 이용해 다른 적을 제압한다는 뜻),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 방식으로 찌르고 싶을 만큼 윤 대통령이 밉나”라며 “검찰 선후배 집안싸움은 야당 손 빌리지 말고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가 6일 부산 금정구 남산성당 앞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에 대한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계속 못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뉴시스
한 대표는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에 대한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지금도 계속 못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결정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선 “김건희 리스크 등에 대한 응징 투표로 여당 텃밭인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군수 두 곳 수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정신 못 차리면 선거로 응징당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8일 전남 곡성, 9일 부산 금정, 10일 인천 강화를 잇달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