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 중동 확전] 38시간 작전… 대사 등 30명 남아
레바논 체류 국민들이 5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군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레바논 체류 우리 국민들이 군 수송기를 타고 5일 귀국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지상 작전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수송 작전에 나선 것이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5일 “레바논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과 가족 97명이 KC-330(‘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을 타고 이날 낮 12시 50분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KC-330은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군 의무 요원 등을 태우고 3일 밤 11시경 김해공항을 이륙해 4일 오전(현지 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귀국까지 교민 철수 작전에 38시간이 걸렸다.
이날 성남공항에 도착한 김서경 씨(39·여)는 “레바논에 현재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너무 무서워서 잠도 잘 못 잤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아내, 딸과 함께 귀국한 이국희 씨(31)는 “(레바논 중부) 자흘레 지역에서 4년 정도 살았는데 최근 집 인근에 미사일이 계속 떨어져서 철수를 결심했다”며 “자흘레에서 베이루트까지 차로 1시간 거리인데 우리 대사관에서 차량을 제공해줘 무사히 베이루트까지 도착해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귀국한 97명 중 30%가 영유아 등 미성년자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레바논에는 현재 레바논 국적기 정도만 남아 있어 항공권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레바논 남부의 전황, 영국 등 서방 국가의 철수 개시 동향 등을 고려해 수송기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약 130명 중 30여 명은 현지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레바논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도 현지에 남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성남=국방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