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서 음주후 비틀거리며 나와… 부친이 대통령때 구입 캐스퍼 몰아 우회전 도로서 좌회전 신호위반 車들 뒤엉켜… 더 가다 택시와 충돌 경찰, 이르면 오늘 불러 조사 與 “文,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강조”… 野 “해선 안될 일, 더 할말 없어” 곤혹
5일 오전 2시 43분경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몰던 캐스퍼(원 안)가 이태원역 삼거리 우회전 전용차선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좌회전하기 위해 교차로에 들어선 뒤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교차로를 빠져나온 다혜 씨의 차는 약 8분을 더 달리다 택시와 부딪쳤고 경찰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독자 제공
● 다혜 씨 탄 캐스퍼, 신호위반 뒤 사고
● 음주 측정 결과 면허 취소 수치 훌쩍 넘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다혜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는 면허 취소 기준(0.08%)의 두 배에 가까운 0.14%였다. 경찰은 5년 새 3번 이상 음주 운전 전력이 있을 경우 차량 몰수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데, 다혜 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경찰은 다혜 씨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이르면 7일 오전 다혜 씨를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다혜 씨의 사고 당일 동선 등도 추가로 파악 중이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다혜 씨는 현재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혜 씨가 몰던 캐스퍼는 노사상생형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생산된 1호 모델로 문 전 대통령이 2021년 10월 재임 시절 구입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 홍보를 위해 청와대 집무실에서 온라인으로 캐스퍼를 사전 예약하는 모습도 공개하고, 같은 달 6일에는 청와대 경내에서 김정숙 여사와 함께 시운전도 했다. 이 캐스퍼는 올해 4월 문 전 대통령이 다혜 씨에게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8월 제주의 한 경찰서는 각종 과태료 미납 탓에 이 차량에 대해 압류 조치를 결정했으나 실제 압류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 검찰 수사 와중 터진 음주 운전…민주당 ‘곤혹’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 대통령 재임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주 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처벌 강화를 지시했다. 6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전매특허인 내로남불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문 전 대통령 시절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고 명확히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음주 운전은) 해선 안 되는 일이다. 당의 입장이 다를 것이 있겠나”라면서도 “특별히 다른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