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기준 30층 초과 고층 건물 578동 서울, 영등포·종로·노원·송파·중부만 1대씩 보유 전문가 “도시 고층화하고 있어…고가 사다리차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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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30층 이상인 ‘고층 건축물’이 500동을 넘는데도 고층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사다리차는 5대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고층 아파트 화재를 진압하기에는 사다리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고가 사다리차 구입을 위한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굴절 사다리차(69m급) 22대 가운데 서울은 중부소방서에 1대만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탑승구를 위아래로 조정할 수 있는 고가 사다리차의 보급도 태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소방 대원은 70m 가까이 전개할 수 있는 고가 사다리차·굴절 사다리차를 통해 22~23층에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20층 이상인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사다리를 대고 진입하거나 5층 높이의 물을 분사해 진화하는 식이다.
건축법이 규정한 ‘30층 이상’ 또는 ‘높이 120m 이상’인 고층 건축물에서 불이 날 경우를 대비해 고가 사다리차·굴절 사다리차가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고층 건축물은 월등히 많은 데 비해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건축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기준 30층보다 높은 고층 건물은 578동이다. 고가 사다리차 높이에 버금가는 21층 이상 건물로 아우르면 4683동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반면 굴절 사다리차를 포함해 서울에는 고층 건축물에 접근할 수 있는 소방 고가 차량이 5대가 전부인 현실이다.
소방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은 예산이 장비를 확충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한 소방청 관계자는 “예산만 뒷받침이 된다면 차량 구매를 할 것이다”며 “우선적으로는 수요가 많은 쪽에 배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도시가 고층화하는 만큼 굴절 사다리차 확충은 필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건물 내부 스프링클러 설치가 사다리차 확충보다 시급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공 교수는 “소방대원은 생존자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사다리차는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진입 장비”라고 강조했다.
모 의원은 “현재 고층 건물 화재 대응 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며 “인천을 비롯한 다른 대도시들도 고층 건물이 급증하고 있어 이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고가 사다리차 확충이 어렵다면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