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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랜딩’ 기대 커진 美경제… 내달 기준금리 인하 폭 줄어들듯

입력 | 2024-10-08 03:00:00

고용지표, 시장전망 크게 웃돌아… 당초 연준 0.5%P ‘빅컷’ 전망서
인하폭 0.25%P에 그칠 가능성
원-달러 환율 급등… 엔화가치 약세
11일 한은 금리 결정에 영향 줄듯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노 랜딩(no landing·무착륙)’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로 인해 7일 외환시장에서 원화 및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큰 약세를 보였다. 이는 이번 주 있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뜨거운 美 고용, 금리 인하 속도 늦춰

7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월 대비 25만4000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인 14만∼15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고용 시장이 상당한 호조를 보였다는 뜻이다. 실업률은 4.1%로 하락해 전문가 예상치 4.2%보다 낮았다.

이로 인해 다음 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줄어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고용을 포함한 경기가 호조를 이어갈 경우 통화 완화 정책을 펼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0.5%포인트 인하인 ‘빅컷’ 전망은 줄고 0.25%포인트 인하 전망이 우세한 모습이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향 수정된 (미국) 소득지표와 저축률, 큰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9월 고용 등을 고려하면 추가 ‘빅컷’에 나설 이유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 랜딩’에서 나아가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폭이 0.5%포인트로 컸던 만큼 시중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돌이켜보면 연준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한 건 실수였다”며 “(물가에 영향을 주는) 명목 임금 성장률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으며 둔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 가치는 한 달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7일 달러당 148엔대까지 떨어지며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도 4일 같은 시간 대비 13.0원 오른 1346.7원에 거래됐다.

● “한은, 빠른 금리 인하 필요성 줄어”

이 같은 글로벌 경제 상황은 이번 주(11일) 있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은도 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의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한은이 서둘러 금리 인하를 할 필요성은 줄어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한은이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섣불리 금리를 빨리 내렸다간 부동산 가격 상승 시 한은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며 “심사숙고해 결정했다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10월엔 금리를 내리지 않고 이후에 인하하거나, 이달 인하할 경우 다음엔 동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