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 발생 땐 어떤 일 벌어질까 시베리아 찬 공기 동아시아 유입 2021, 2022년에도 매서운 한파… 12월 기온 평년 대비 떨어질 듯 남미 지역 가물어 곡물 가격 상승… 북반구 한파로 천연가스 값 올라
2022년 1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지며 한강이 얼어붙은 모습. 한강경찰대가 얼음을 깨며 비상 출동로를 확보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길었던 무더위가 지나고 해가 지면 전국 대부분 지역이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가을 날씨가 본격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를 두고 다가오는 겨울의 지독한 한파를 예고하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여름 기록적 폭염의 원인이 됐던 엘니뇨(El Nino·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대신 라니냐(La Nina·스페인어로 ‘여자아이’)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따뜻해지는 현상을, 라니냐는 반대로 같은 지역 수온이 차가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이 정리한 세계기상기구(WMO)와 미국 국제기후사회연구소(IRI) 등의 ‘엘니뇨·라니냐 예측 모델’ 분석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엘니뇨가 가고 라니냐가 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미리 살펴봤다.
● “영하 18도 한파 올 수도”
라니냐가 발생하면 국내에선 9∼10월 초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게 된다. 최근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며 ‘9월 폭염’이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 9월 전국 평균 일 최저기온은 20.9도를 기록해 기상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처음 20도를 넘어섰다. 평균 일 최고기온도 30도에 육박하는 29.6도를 기록해 평년(25.9도)보다 3.7도 높았다.
기상청은 “라니냐가 발생하는 시기에는 열대 중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내려가 북태평양 지역에 강수량이 적어지고 이에 따라 맑고 건조한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한다”며 “이때 고온 다습한 남풍이 불면서 기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에 접어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상청 3개월 전망에 따르면 12월 기온은 평년보다 낮을 가능성이 큰 걸로 나타났다. 평년(7.6도) 수준의 기온이 예상되는 다음 달이 지나면 12월 기온은 평년(1.1도)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아시아의 겨울은 더 추워지는 경향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라니냐 시기에는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동아시아로 더 강하게 유입된다”며 “겨울 동안 한반도에 폭설과 함께 강력한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 밥상 물가-난방비 급등할 수도
한파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북반구 지역에선 에너지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에너지 소비량이 늘면 난방에 주로 쓰이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급등한다. 이미 천연가스 가격은 겨울철 난방 수요가 반영되면서 계절적 수요를 타고 치솟고 있다. 증권가에선 현재 MMBtu(열량 단위)당 2달러대 후반인 천연가스 가격이 연말까지 6달러대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 덩달아 농산물 가격도 오르게 된다. 농산물 생산을 위한 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 질소가 천연가스에서 추출되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질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75∼90%에 달한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수록 비료 가격도 뛰고, 이 때문에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아져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면 라니냐가 지금보다 30∼45%가량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라니냐의 증가는 곧 엘니뇨의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지구촌 극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라니냐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 동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와 번갈아 가며 2~7년 주기로 나타나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