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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한글 띄어쓰기 최초로 도입한 선교사 존 로스

입력 | 2024-10-07 22:51:00


일본어나 중국어에는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읽거나 해석할 때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과 150년 전까지만 해도 한글 역시 띄어쓰기 없이 표기됐습니다. 한글 표기에 띄어쓰기가 처음 등장하는 건 1877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로스 선교사(1842∼1915·사진)가 출간한 ‘조선어 첫걸음’입니다.

만주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로스 선교사는 조선에서 온 무역 상인들을 만난 후 세례를 받은 조선인 신자들을 위해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게 됩니다. 언어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점차 한국어가 가진 매력에 빠지게 되는데, 조선인 이응찬 등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 문법과 단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로스 선교사는 1877년 최초로 띄어쓰기를 도입한 교재 ‘조선어 첫걸음’을 만들었습니다. 외국인들을 위한 학습 교재로 한글 밑에 로마자 발음기호를 표기했습니다. 서구 학자가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만든 교재는 처음인데, 결과적으로 띄어쓰기를 도입해 한글 가독성을 높이는 것에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글은 현대적 문자 체계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선어 첫걸음’은 널리 퍼지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감리교 호머 헐버트 선교사가 한글 띄어쓰기를 적극 권장하고 나서면서 한글 표기에 띄어쓰기를 도입하는 흐름은 이어지게 됐습니다.

여기에 한글 대중화와 발전에 평생을 바친 주시경 선생의 노력이 띄어쓰기 보편화에 기여합니다. 1896년 주 선생이 주도해 본격적으로 띄어쓰기를 도입한 ‘독립신문’이 세상에 나옵니다. 1933년에는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정으로 띄어쓰기가 우리말 표기에 정착하게 됩니다.

당시 많은 서양 선교사들이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우수성과 과학적 체계에 깊은 감명을 받은 걸로 보입니다. 로스 선교사는 “자음과 모음만 배우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글자”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했습니다. 한글에 대한 이런 관심과 연구는 한글 표기 발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한글은 단순한 표기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의 문화와 언어적 정체성을 지키는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이런 한글이 일제의 탄압에도 살아남아 매년 한글날을 기념할 수 있게 된 것은 국적과 민족을 넘어선 한글에 대한 관심과 연구, 애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