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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是是非非(시시비비)(옳을 시, 옳을 시, 아닐 비, 아닐 비)

입력 | 2024-10-07 22:48:00


● 유래: 순자(荀子) 수신(修身)편에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요,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是是非非謂之知, 非是是非謂之愚)’라고 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참과 거짓을 분명하게 가려내는 것이 지혜이며, 그와 반대로 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라는 뜻입니다.



● 생각거리: 조선 중기 문인 이식(李植) 선생은 과거시험 출제를 맡아 ‘시비(是非)’에 대한 주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옳고 그른 것은 하늘에서 정해진 바른 이치이니 저것이 옳으면 이것은 그르고, 이것이 옳으면 저것은 그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시시비비를 따질 때에는 본디 일정한 논의가 있게 마련이니, 그 사이 사사로운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스럽고 밝은 임금이 위에 계시고 많은 어진 신하들이 아래에서 보좌하고 있음에도, 선비마다 도(道)를 달리하고 사람마다 의논을 달리하면서 각자 자기들의 마음을 갖고 시비의 기준을 삼고 있다. 그리하여 급기야 사사로운 것과 바른 것이 한데 뒤섞여 분별할 수가 없게 됐고, 풍속이 무너져 바로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장차 대도(大道)가 소멸될 운명에 처해 있고 다시 바로잡을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인가? 아니면 이쪽이나 저쪽이나 소견이 각각 타당하기 때문에 바꿀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인가? 아니면 옳고 그른 것은 분명히 따로 있는데 각자 자기 생각만 따라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때문인가? 어떻게 하면 시비를 하나로 통일시키고 국론(國論)을 바로잡아 폐단이 없도록 할 수 있겠는지 이에 대해 확실한 의논을 들려주기 바란다.’ 여기서 책문(策問·과거 시험 문제)에서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중요한 논제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상조 전 청담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