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공부량은 어마어마하다. 그중에서도 해부학 병리학 등 ‘기초의학’과 내과 외과 등 ‘임상의학’을 동시에 배우는 본과 1, 2학년의 공부량은 압도적이다. 배우는 과목이 많다 보니 하루 8시간씩 꼬박 수업을 듣고 2, 3주에 한 과목씩 시험을 치른다. 과목당 2000∼3000쪽에 달하는 강의 자료를 통째 외워야 할 정도로 암기량이 많다고 한다. 똑똑한 학생들이 모였는데도 의대 유급 비율이 꽤 높은 까닭이다. 이처럼 빡빡한 의대 교육과정을 교육부가 6년제에서 5년제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다.
▷교육부는 6일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의대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며 그 예로 ‘5년제 의대’를 들었다. 이대로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고 의사국가시험을 거부할 경우 내년에 의사 3000명이 사라질 테니 그 뒷감당이 두려웠을 것 같다. 어떡하든 졸업을 시키겠단 얘기니 말이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교육부는 “5년 단축이 의무가 아니다. 대학 사정에 따라 학사과정을 조정하도록 길을 터 주려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당장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의대 5년제를 두고 “수의대도 6년인데…” “덤핑 세일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의료계는 압축 수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억지로 시행했다간 의대 교육만 부실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면 방학도 없이 기계처럼 공부해야 한다”, 김성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대변인은 “정부가 6년 교육과정도 임상 실습이 부족하다며 개원 면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면서 의대 교육과정을 축소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했다.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 1만8000여 명이 학교를 떠났다. 정부는 ‘휴학을 불허한다’며 의대생이 돌아오기를 손 놓고 기다리다가 이제야 졸속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11월까지만 돌아오면 압축 수업을 통해 진급시키겠다고 하고, 5년제 의대도 가능하다고 한다. 기출문제 및 학습지원자료, 이른바 족보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의대교육지원센터도 운영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의대 5년제를 두고 “미국은 파병이 있는 경우 군의관을 조속히 배출하기 위해 압축적으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어쩌다 우리 의료 시스템이 유사 전시 상황에 처한 것인가.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