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탈수급 가구 비율 늘어 “교육비 등 인적자원 투자 증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소득 상승과 근로 의욕 고취라는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서울디딤돌소득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소득보장제도 ‘서울디딤돌소득’에 대해 2년간 실험한 결과 ‘빈곤 탈출’과 ‘근로소득 증가’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열고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5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약 2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포럼에선 해외 소득격차·불평등 분야 석학과 국내 복지 전문가 등 약 250명이 총 3개 세션을 두고 디딤돌소득 정책 평가와 향후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서울디딤돌소득은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매달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지원 금액은 ‘중위소득 85%’에서 ‘가구소득’을 뺄셈한 값의 절반이다. 해당 제도는 2022년 ‘안심소득’이란 이름으로 시행됐지만, 올해 시민 공모·투표를 거쳐 지난달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디딤돌소득 지원 가구 중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늘어나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탈(脫)수급’ 가구 비율은 8.6%로 같은 기간 기존 복지제도인 기초생활 생계급여 탈수급 비율(0.22%)보다 약 40배 높았다. 디딤돌소득 탈수급 비율은 시행 1년 차(4.8%·2022년 7월∼2023년 11월)와 비교해도 3.8%포인트 상승했다.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 비율도 31.1%로 1년 차(21.8%)보다 9.3%포인트 늘었다.
연구진은 특히 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디딤돌소득 수령 가구는 자녀 학원비 등 교육·훈련비로 평균 월 19만 원을 지출해 비교집단(11만 원)보다 약 70%를 더 사용했다. 이는 중위소득 50% 이하 디딤돌소득 미수령 가구와 비교한 결과다.
해당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행 제도는 근로 유인과 저축 동기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디딤돌소득은 이를 보완했다”라며 “자녀 교육이나 직업 훈련에 돈을 쓴다는 건 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과 계층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비교집단보다 의료서비스엔 19%, 저축엔 11%, 교통엔 7%가량 더 많은 돈을 썼다. 또한 고령자나 미취학 아동 돌봄에 쓰는 시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6년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총 4년 동안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나갈 예정이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