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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진료’ 안하는 병원 2221곳, 28%가 강남

입력 | 2024-10-08 03:00:00

수익 높은 비급여 항목 진료에 집중
건보 미청구 기관 5년새 20% 늘어
의원급 80% 최다… 한의원-치과順
“비필수 분야 의사 쏠림 심화” 지적




지난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전혀 안 한 병원이 전국적으로 222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피부미용 분야 병원으로 추정된다. 비급여란 건보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항목으로 병원이 진료비를 임의로 책정해 받을 수 있다. 건보 급여 청구를 전혀 안 한 병원은 5년 사이에 20%가량 늘었는데 이를 두고 비필수 분야 의사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건보 미청구 병원 5년 새 20% 늘어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급여 청구 금액이 ‘0원’인 병원은 총 2221곳이었다.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진료만 한 병원은 2019년 1851곳에서 2023년 2221곳으로 5년 새 약 20% 늘었다.

비급여는 정부에서 통제하는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른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 인기가 높은 것도 비급여 항목 진료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인기과로 의사들이 몰리면서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현상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건보 청구를 안 하는 병원을 유형별로 보면 동네 병원인 ‘의원급’이 1778곳(80.1%)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의원 271곳(12.2%), 치과의원 151곳(6.8%) 등이 뒤를 이었다.

의원급 1778곳 중에는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고 피부 미용 등 여러 과목을 진료하는 일반의원이 996곳(56.0%)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일반의원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개원한 병원이다. 성형외과가 690곳(38.8%)으로 뒤를 이었다.

● 4분의 1이 강남에 집중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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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미청구 병원을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1145곳)과 경기(282곳), 인천(66곳)을 합치면 총 1493곳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특히 ‘미용성형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에는 건보 미청구 병원이 628곳(28%)으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많았다.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 강남구에 집중된 것이다. 서울 서초구(168곳), 부산 부산진구(87곳), 대구 중구(78곳) 등이 뒤를 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에서 비급여 표준가격제 도입 등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동시에 필수과 보상을 강화해 의사 쏠림 현상을 완화할 방침이다.

최 의원은 “내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만성적 인력난을 겪는 상황에서 비급여 중심 병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상황이 심화될 경우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필수의료 인력 배치를 위한 대책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