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한류, K-헤리티지로] ‘화장품 본가’ 佛 2017년 재진출 성공 젊은층에 ‘라네즈’ 브랜드 인기 타고 지난해 미주 지역서 58% 폭풍 성장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현재 오설록을 제외하고는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과거 태평양증권, 태평양금속, 유영산업 등 증권, 패션 등으로 ‘외도’를 한 적도 있지만 모두 청산했다. 1945년 창업 당시 기업 가치로 내세웠던 ‘아름다움’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아모레퍼시픽의 뚝심 있는 도전들은 현재 ‘K뷰티’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 화장품산업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년 화장품 본가 프랑스에 도전한 뒤 손해만 났을 때도 ‘경비가 아닌 투자’ 기조하에 사업을 이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은 1995년 프랑스에서 철수했지만, 2017년 재진출에 성공했다.
2002년 사명을 태평양에서 아모레퍼시픽으로 바꾼 뒤엔 더욱 공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에 매진했다. 그해 중국 상하이에 공장까지 설립했다. 지난해 중국 매출액은 약 5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3∼14%에 이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품 정보를 접하기 쉬운 오늘날엔 확실한 브랜딩이 국내외적으로 무기가 된다”며 “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던 과거 결정이 당시엔 시대적 역행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잘 통한 전략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이라는 한 우물을 파면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연구개발(R&D)이다. 1992년 경기 용인시에 기존 연구실을 확장·준공한 태평양 중앙연구소가 대표적이다. 아모레는 매년 매출의 3% 안팎을 꾸준히 연구비로 지출하고 있다.
R&D에 대한 진심은 오늘날 아모레를 지탱하는 역량이 됐다. 1997년 공기에 취약한 레티놀을 활용해 만든 국내 최초 레티놀 화장품인 ‘아이오페 레티놀 2500’은 안정화를 위한 수백 번의 시도 끝에 완성됐다. 서경배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아이오페 레티놀을 두고 “과학의 힘을 믿게 된 사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아모레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인삼 화장품 연구와 관련해 글로벌 특허 410여 건, 한국 특허 31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