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맡은 재일교포 3세 최성희 교수 NHK 방영 ‘호랑이에게 날개’… 조선 유학생-간토대학살 등 다뤄 최종화 시청률 18.7%로 큰 인기… “재일교포에 대한 日 이해 높아져”
NHK가 방영했던 인기 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 속 주인공 ‘1932학번 6인방’에는 조선에서 유학 온 최향숙(왼쪽에서 세 번째·안경 쓴 인물)도 있다. 1961년부터 이어져 온 NHK 아침드라마 코너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조선인 등장 인물을 다룬 건 ‘호랑이에게 날개’가 처음이었다. 사진 출처 NHK ‘호랑이에게 날개’ 인스타그램
올해 4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일본 공영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 고증을 맡은 재일교포 3세 최성희 오사카산업대 국제학과 교수(47·사진)가 1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호랑이에게 날개’는 1930∼1960년대 1세대 여성 법조인의 일대기를 다뤘다. 특히 주인공인 ‘1932학번 6인방’에는 조선에서 온 유학생 최향숙이 포함됐다. 이 외 간토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재일교포 차별 등도 다뤘고 조선인 단역도 등장했다.
최 교수는 “향숙을 포함한 재일 조선인의 굴곡진 인생은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지 않는다. 그래서 향숙이 일제에 협력한 인물로 그려지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고증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역사 수정주의 세력, 우익 등이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큰 용기를 내 이 드라마를 제작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드라마가 방영된 뒤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연구하는 최 교수는 한국을 자주 찾는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인에게 “한일 우호의 씨앗을 뿌리는 게 학자로서의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혐한 성향의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한 일본인 대학생은 2018년 자신의 ‘한국 근현대사’ 강의를 듣고 모르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며 종강일에 펑펑 울었다고 했다. “내 인생을 바꾼 강의”라는 말도 남겼다고 했다.
최 교수는 2020년 나라현에 방문해 1920, 30년대 일본 여자고등사범학교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일본 장학사업가에게 보낸 편지를 연구했다. 이들은 대부분 조선으로 돌아와 교사가 됐고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그는 “편지를 읽으며 100년 전 조선 여성이 ‘우리도 역사에 기록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최 교수를 포함해 한국을 연구하는 일본의 젊은 연구자들은 활발한 강연 및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과 소통하려 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일본의 주요 대학 내 한국 관련 교수 및 연구자 양성이 미비하다며 향후 양국이 협력해 더 많은 연구자를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