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저연차 퇴직 급증세 “임금 적고 민원업무 스트레스 커” 5~10년 ‘허리 연차’도 잇단 이직
“공직 사회에선 스스로 발전하거나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없을 거라 느껴져서 빠르게 퇴사했어요.”
수도권에서 7급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김모 씨(27)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2년 입사했던 김 씨는 근무 3개월 만에 공직 사회를 떠나 사기업으로 향했다. 김 씨는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보신주의와 경직된 업무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 공직을 택했던 9급 공무원 박모 씨(28)는 처음 월급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실수령하는 금액은 수당을 다 포함해서 200만 원이 안 된다”며 “민원 등 기피 업무도 많아 공무원을 하고 싶은 요인이 다 사라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민간 기업에 비해 낮은 급여와 민원 업무와 같은 대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경직된 공직 문화 등으로 인한 불만이 커지며 공직을 이탈하는 MZ(밀레니얼+Z)세대가 늘면서 저연차 공무원 퇴직자가 최근 10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이상 10년 미만 재직한 ‘허리 연차’들의 퇴사도 잇따랐다. 5년 이상 7년 미만 재직자의 퇴사는 2014년 662명에서 지난해 2050명으로 약 3배로 늘었다. 7년 이상 10년 미만 재직자의 경우 2014년 637명에서 2022년에 1000명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563명이 공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쥐꼬리 월급에 민원 스트레스… 경직된 공직문화도 원인
1년미만 공무원 퇴직 5.6배로
월급 실수령액 200만원도 안돼
‘모시는 날’ 등 불합리한 관행 여전
“공직문화 바뀌어야 이탈 줄어들것”
월급 실수령액 200만원도 안돼
‘모시는 날’ 등 불합리한 관행 여전
“공직문화 바뀌어야 이탈 줄어들것”
최근 저연차 공무원들의 퇴사가 급증한 데는 낮은 임금, 민원 업무 등 고강도의 업무 환경, 경직된 공직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소속의 한 2년 차 주무관은 “격무 부서에 배치됐던 입사 동기가 지난해 초에 갑자기 퇴사했다”며 “입직 초기엔 실수령 200만 원도 안 되다 보니 10년 이상은 다녀야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일한 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도 컸다. 한 중앙부처 소속 5년 차 공무원은 “과마다 초과근무 시간이 할당돼 있어서 그 시간보다 근무를 더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다”면서 “국정감사, 예산 시즌처럼 업무가 많을 때에는 사실상 무급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직된 공직 문화도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부하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자신이 소속된 부서의 국·과장 등 상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모시는 날’이나 인사철 떡 돌리기 문화 등 불합리한 관행이 이어지면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문화의 사기업으로 이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주무관은 “전혀 모르는 옆 부서 직원, 상사한테까지 종이 청첩장을 돌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답례를 해야 하는 문화가 상당히 구시대적으로 느껴졌다”며 “관습같이 남아 있는 공직 문화 중에 ‘꼰대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용한 공직 탈출’을 준비하는 젊은 공무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앙부처 7급 공무원으로 입사한 이모 씨(31)는 최근 법학적성시험(LEET)을 응시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저연차가 하는 말이면 일단 듣지 않고 상명하복식으로 일을 시키는 문화에 지쳤다”며 “차라리 전문성을 쌓아서 주도적으로 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복한 삶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구태의연한 공직 문화나 업무 배분 방식이 바뀌어야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