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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지명 대응에 22억 쓴 해수부, 일본해 표기 현황 조사도 안해”

입력 | 2024-10-08 09:23:00

미국 CIA·프랑스 외교부, 한국 소개 페이지에 ‘일본해’ 단독 표기
문대림 의원 “해수부, 일본해 기재된 자료 조사, 대응 노력해야”



ⓒ뉴시스


최근 미국 국방부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동해 지명 대응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일본해’ 표기 현황에 대해 별도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기초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국가의 정부기관과 UN 등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지도를 분석한 결과, 미국 국무부와 CI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에너지관리청(EIA) 등 주요 정부기관과 프랑스 외교부, UN 산하기구인 UNHCR 등은 공식사이트에 게시한 지도에 동해 대신 일본해를 단독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국 CIA는 한국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일본해(Sea of Japan)’을 단독 표기했다.

미국 국무부가 2021년 4월 공개한 ‘미국 국무부 시설 및 관할 구역(United States Department of State: Facilities and Areas of Jurisdiction, April 2021)’ 지도에도 동해란 명칭은 등장하지 않고, 오직 일본해(Sea of Japan)만 기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에너지관리청(EIA) 공식사이트에 게시된 지도에도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만 기재됐다.

프랑스 외교부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만든 대한민국 소개 페이지에 2023년 8월10일 게시된 지도에도 동해라는 명칭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일본해(Mer du Japon)만 기재됐다.

UN에서 분쟁과 박해로 인해 강제로 집을 떠나야만 했던 난민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UN 난민기구(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UNHCR) 역시 2018년 5월 제작해 게시한 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기재했다.

하지만 매년 약 3억원씩 7년간 22억4200만원을 투자해 ‘동해 지명 대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해수부는 정작 어느 국가의 어떤 기관이 동해 대신 일본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대림 의원은 “동해 지명 대응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해수부가 일본해가 표기된 자료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어떤 기관이 어떤 자료에 일본해를 표기했는지 알아야 동해·일본해 공동 표기를 요구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한 2010년 한국전쟁 관련 도감을 준비하면서 해외 참전기념 시설물의 사진을 조사하던 중 한국전쟁 참전비에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 사례를 확인한 후 동해와 일본해 공동 표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메릴랜드 한국전쟁 참전비(1990년 설치) ▲오하이오 한국전쟁 추모공원 참전비(1995년) ▲레이크 카운티 한국전쟁 참전비(2003년 설치) ▲카유가 카운티 한국전쟁 참전비(2006년) 등이 동해·일본해 공동 표기로 변경됐다.

문 의원은 “국제수로기구(IHO)에서 개발 중인 S-130 표준에 일본해가 단독으로 표기되는 것을 막는 거시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지금 사용되고 있는 각종 자료에 일본해 단독 표기된 것을 동해·일본해 공동 표기로, 또 동해 단독 표기로 바꿔나가며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작업도 중요하다”며 “해수부가 국제수로기구 대응뿐만 아니라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자료 중 ‘일본해’가 표기된 자료에 대한 조사와 즉각적인 대응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