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를 위해 확인했던 문건 전부를 공개하기로 한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18.07.31. 뉴시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50·수감 중)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됐다. 1, 2심은 1인당 수수금액이 100만 원 미만으로 판단했는데, 룸살롱에 있었던 시간과 접대 내용 등을 토대로 계산하면 100만 원이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1회 100만 원이 넘는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모 검사(49)와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54), 김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나 검사는 2019년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이 변호사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김 전 회장이 2020년 10월 이른바 ‘옥중 서신’을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피고인 1명당 114만 원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계산했다. 481만 원은 피고인 3명과 다른 검사 2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봤지만, 55만 원은 피고인 3명에게만 지급된 것으로 본 것이다. 다른 검사 2명은 접대액이 100만 원 미만으로 계산됐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1, 2심 법원은 나 검사 등 피고인 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481만 원은 김모 전 행정관까지 6명으로 나눠야 하고, 55만 원도 다른 검사 1명을 포함해 4명으로 나눠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1인당 수수액이 93만9000원이 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비용을 더 세분화하면 유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481만 원 중 240만 원은 ‘기본 술값(접객원 기본요금 포함)’으로, 1시간가량 늦게 온 김 전 행정관을 제외하고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기본 술값은 술자리가 시작할 때 5명에게 제공이 완료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55만 원은 원심대로 4명이 나눠야 한다고 봤고, 나머지 241만 원에 대해선 전체 공통 비용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나 검사가 받은 향응액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1회 100만 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