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2018.7.10.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담당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8일 이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이 대표 측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 변호인은 법정에서 재판부 재배당 요청 사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 측은 “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현 재판부가 이번 사건까지 심리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이 대표 측 재배당 요청 자체가 통상적인 공범 사건에서는 보기 힘든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검찰 측은 “재판부 기피 사유는 소송법상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는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본 사건은 그러한 사유가 없다. 이는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입장을 검토한 재판부는 “현재 공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보면 재배당을 못 할 사건은 아니다”라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해 봤는데 이번 경우와 반대되는 사례, 예를 들어 당사자가 동일하거나 동일 피고인이 있을 경우 관련 사건을 (같은) 재판부에 배당하는 경우의 예규는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 대한 명확한 실무상·법률 문헌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면 자칫 또 다른 헌법상 재판 독립이라는 가치가 저해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 측 재배당 요청을 기각한 셈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종전 판단에 매이는 상황 없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 비용과 자신의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쌍방울그룹이 대납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공범인 이 전 부지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