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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침체 심화… 식당-숙박업주 대신 갚아준 돈 이미 작년 2배

입력 | 2024-10-09 01:40:00

고물가-고금리에 소비 회복 안 돼… 상반기 서울보증 지급액 75억 넘어
자영업자 대출 71%가 다중채무… 연채율 1.85% 3년새 3.3배 뛰어
“재취업 지원 등 대책 마련해야”




대금이 밀린 식당 업주 등을 대신해 올 상반기(1∼6월) SGI서울보증에서 내준 보험금이 이미 작년 1년 치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어지는 고금리, 고물가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금 지급 등 계약을 지키지 못한 사업자가 많아진 것이다. 올해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밑바닥 경제와는 온도 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SGI서울보증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숙박·음식점업에 나간 SGI서울보증의 보증보험 지급액은 75억8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급액(37억3800만 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이런 속도라면 올 한 해 작년의 4배에 달하는 보험금이 숙박·음식점업에서 발생한 계약 사고를 대신 물어주는 데 쓰이게 된다.

내수와 밀접한 다른 업종에서도 보증보험 지급액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도소매업에 나간 보증보험 지급액은 529억8100만 원으로 작년 전체 지급액(851억7400만 원)의 62%가량이었다. 제조업에서도 지난해 지급액의 70% 이상이 반년 동안 나갔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상반기 지급된 보증보험금은 5484억300만 원이었다. 지난해 나간 보험금은 1년 새 31.4% 뛴 8847억950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0년 만에 1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보증보험은 사업자 간 물건 납품, 대금 지불 등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 상품이다. SGI서울보증 측은 “지난해부터 경기가 나빠지면서 부진한 업황을 중심으로 보증보험 지급액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가세는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상반기 중소기업에 나간 보증보험금(3256억1100만 원)은 작년 지급액의 60%가 넘었고 개인사업자(2056억800만 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이 기간 대기업에 나간 보험금(8억2100만 원)은 지난해 전체 지급액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수출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로의 ‘낙수효과’는 사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올 2분기(4∼6월)까지 9개 분기 연속 감소하며 역대 가장 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른 데다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가계 여윳돈이 8개 분기째 줄어든 결과다.

최근 들어선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취약 소상공인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린 상태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자영업자 대출잔액 1060조1000억 원 중 753조8000억 원이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대출이었다. 3년 전(589조9000억 원)과 비교하면 27.8% 불어난 규모다. 이 기간 연체율도 0.56%에서 1.85%로 3.3배가량 뛰었다. 올 들어 7월까지 폐업을 이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 또한 9000억 원에 달해 1년 전보다 12.4% 늘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가 소폭 늘어났지만 투자는 여전히 안 좋고 내수 살리기에 투입될 재정 여력도 부족해 내수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제 규모에 비해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영향도 있다. 자영업 구조조정을 위해 재취업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