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소비 회복 안 돼… 상반기 서울보증 지급액 75억 넘어 자영업자 대출 71%가 다중채무… 연채율 1.85% 3년새 3.3배 뛰어 “재취업 지원 등 대책 마련해야”
대금이 밀린 식당 업주 등을 대신해 올 상반기(1∼6월) SGI서울보증에서 내준 보험금이 이미 작년 1년 치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어지는 고금리, 고물가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금 지급 등 계약을 지키지 못한 사업자가 많아진 것이다. 올해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밑바닥 경제와는 온도 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와 밀접한 다른 업종에서도 보증보험 지급액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도소매업에 나간 보증보험 지급액은 529억8100만 원으로 작년 전체 지급액(851억7400만 원)의 62%가량이었다. 제조업에서도 지난해 지급액의 70% 이상이 반년 동안 나갔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상반기 지급된 보증보험금은 5484억300만 원이었다. 지난해 나간 보험금은 1년 새 31.4% 뛴 8847억950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0년 만에 1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보증보험은 사업자 간 물건 납품, 대금 지불 등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 상품이다. SGI서울보증 측은 “지난해부터 경기가 나빠지면서 부진한 업황을 중심으로 보증보험 지급액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출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로의 ‘낙수효과’는 사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올 2분기(4∼6월)까지 9개 분기 연속 감소하며 역대 가장 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른 데다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가계 여윳돈이 8개 분기째 줄어든 결과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가 소폭 늘어났지만 투자는 여전히 안 좋고 내수 살리기에 투입될 재정 여력도 부족해 내수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제 규모에 비해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영향도 있다. 자영업 구조조정을 위해 재취업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