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관심없어” 2국가론 또 꺼내… “적 도발땐 핵무기 사용 배제안해” 이달에만 두번째 강도높은 핵협박… 美 차기 정부와 핵군축 담판 노려 당국 “한미 핵우산 두려움 드러내”
김정은국방종합대학서 학생들과 만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교직원과 학생을 격려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이곳은 과거 국방종합대학으로 개교했으나 2016년 현재 이름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강국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것”이라며 “한미 군사동맹이 핵 동맹으로 완전히 변이된 현시점에서 우리 핵 대응 태세는 더욱 한계를 모르는 높이에서 완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달에만 벌써 두 번째로 강도 높은 ‘핵 협박’ 발언을 쏟아낸 것. 자신들이 이미 다량의 핵을 보유한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밝힌 동시에 차기 출범하는 미 행정부와는 이 지위를 전제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등 핵 담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핵을 화두로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김정은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7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 북한이 헌법을 개정해 적대적 2국가론, 새 영토 조항 등을 명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그 수위에 따라 성명 발표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金 “한국 소름 끼쳐, 마주 서고 싶지도 않아”
8일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전날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을 1∼3면에 실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앞에는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과 그것을 공동으로 만지작거리려는 가장 간악한 괴뢰들이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의 견해와 선택, 결심은 결코 변할 수 없다”며 핵 능력 고도화가 필수 과제임을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연설의 절반 이상을 한미 동맹 비난에 할애한 건 우리 군 재래식 전력과 한미 확장억제(핵우산)에 대한 김정은의 초조함과 두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다시 거론하면서 “좀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며 “핵과 재래식 전략의 격차를 극복할 비책은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 “현명한 정치가라면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놓고 무모한 객기를 부릴 것이 아니라 핵 국가와는 대결과 대립보다는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 관리 쪽으로 더 힘을 넣고 고민할 것”이라며 한국의 재래식 전력으론 자신들의 핵에 맞설 수 없다고도 했다.
● 정부 “한미 핵우산에 대한 김정은 두려움”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한국을)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남북 ‘두 국가론’을 선언한 가운데 이번엔 더 노골적으로 이를 공식화한 것. 그는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그 무슨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다”면서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