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병헌 ‘극한직업’
실적이 바닥이라 해체 위기에 처한 마약반이 국제 마약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잠복수사에 들어간다. 이 상황만 보면 한 편의 형사물이 떠오르지만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은 여기서 갑자기 코미디로 방향을 튼다.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 아지트 앞에 있는 치킨집을 위장 창업했는데, 이 치킨집이 대박이 나면서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 전화로 손님 응대하는 고 반장의 목소리는 점점 치킨집 사장처럼 변해가고, 갈비와 통닭의 중간쯤 되는 왕갈비 통닭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치킨집은 순식간에 대박 맛집이 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팬데믹을 빚으로 버텨냈지만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에 쓰러져 간 것. 현재의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충은 ‘극한창업’에 가까울 듯싶다. 언제쯤 나아질까. ‘극한직업’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진 못해도 희망이라도 될 수 있는 그런 날은 요원한 걸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