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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대 밑돈 반도체 실적’ 이례적 사과

입력 | 2024-10-09 01:40:00

영업익 2분기보다 12.8% 줄어 9.1조
전영현 부문장 “재도약의 계기로”
분기 매출은 79조원으로 사상 최대




삼성전자가 3분기(7∼9월) 9조 원대 영업이익으로 시장 전망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10조’ 벽을 넘지 못한 실적에 반도체 경영진이 처음으로 사과하며 ‘삼성 위기론’ 정면돌파를 약속했다.

8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조1000억 원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6.7% 상승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12.8%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가 전망치 10조7717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1분기(1∼3월)부터 6개 분기 연속 이어져 온 영업이익 개선 흐름도 꺾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된 잠정실적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은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은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조 원가량 줄어든 탓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발 수혜를 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공급이 지연되고, 범용 D램은 중국 저가 공세에 밀렸다는 분석이다.

분기 실적 부진을 넘어 삼성전자 경쟁력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이어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실적과 관련해 별도 입장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1.15% 하락한 6만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범용 D램 부진-HBM 지연에 위기… 대대적 쇄신 예고


‘3분기 실적부진’ 이례적 사과
PC-스마트폰 메모리 수요 줄고… 파운드리 적자-고정비 부담 커져
전영현 부회장 “근원적 경쟁력 복원… 도전정신 재무장-조직문화 개선”
사상 최대 분기 매출에도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한 것은 반도체 사업이 예상보다 부진한 탓이 크다. 범용 D램 수요가 부진한데 파운드리 적자 폭은 커졌고, 여기에 1조 원대 성과급 충당금까지 반영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이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며 삼성의 경쟁력 자체에 대한 우려도 증폭됐다.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반도체사업(DS) 부문장(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임직원과 투자자를 향해 사과하고 쇄신을 약속한 이유다.

● HBM 발목에 멈춰진 반도체 훈풍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 9조1000억 원 가운데 DS 부문에서 4조∼4조400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주요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이는 5조 원대 중반이었던 기존 전망치를 크게 밑돈다.

우선 주력인 메모리 실적이 기대 이하였다. 스마트폰, PC 등 범용 D램이 부진한데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저가 물량 밀어내기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주 부진으로 파운드리 사업 가동률이 떨어지며 고정비 부담이 커져 적자 규모도 늘었다. 내년 초 지급 예정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위한 일회성 비용도 1조 원 이상 발생했다. OPI는 연초 세운 목표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문제는 삼성전자 위기론의 발원지인 HBM 공급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 자료에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 향(向)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3분기 중, 12단 제품을 하반기(7∼12월) 중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의미다. 아직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만년 메모리 3위 미국 마이크론조차 HBM 수요 덕에 최근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실적을 낸 바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는 4분기 개선 여지가 있지만 파운드리는 이번 분기보다 좋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이 개선되려면 1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도전정신으로 재무장” 쇄신에 속도 붙을까

안팎에서 제기되는 위기론에 삼성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날 반도체 수장인 전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쇄신을 약속했다.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삼성전자 위기론의)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의 개선’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주가 하락, 기술 경쟁력 우려로 제기된 삼성 위기론을 조기에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부회장은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 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헤리티지를 되살려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어 “우리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현재 DS 부문은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HBM 개발팀을 한데 모으는 조직 개편, 40여 년 만에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롭게 제정하는 등 유무형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갤럭시 S24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3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조4000억 원, 하만은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