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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듣는’ 부산영화제… 특별한 상영

입력 | 2024-10-09 01:40:00

소외계층 맞춤형 동네방네비프
수어통역사가 영화대사 수어 전달
“청각장애인 배려 감명 깊어”
영화음악 연주-서울 상영회도 열려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위원회가 4일 부산 수영구 도모헌 2층 강연장에서 연 ‘동네방네비프’의 영화 상영이 진행되고 있다. 스크린 오른쪽 화면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이 보인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이렇게 뜻깊은 특별 상영을 더 많은 장애인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4일 오후 9시경 부산 수영구 도모헌 2층 복도. 계단식 강연장에 조성한 임시 상영관에서 40대 청각장애인 아들과 함께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실화를 다룬 영화 ‘리바운드’를 보고 나온 임연숙 씨(69)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영화 상영 이벤트가 감명 깊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위원회가 이날 도모헌에서 연 ‘동네방네비프’에 참여한 100여 명 중 40여 명은 청각장애인이었다. 청각장애인들은 2시간 동안 영화를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수어(手語) 통역사 2명이 스크린 오른쪽에 등장해 수어로 영화 대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동네방네비프는 2021년 도입된 ‘주민친화형 영화 상영’ 프로그램이다. 1996년 시작된 BIFF가 해운대와 남포동 등 부산 일부 지역에서만 열려 대부분의 부산시민이 영화제의 열기를 느끼지 못하고 소외된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동네방네비프 측은 부산시민공원 등 야외 공원에 무료 상영관을 조성하고 인근 주민 누구나 돗자리를 깔고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청각장애인 등 소외 계층 맞춤형 프로그램이 시행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날 영화 상영은 도모헌 야외 잔디마당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호우 예보로 실내로 상영관이 옮겨졌다. 도모헌은 옛 부산시장 관사를 개보수해 지난달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으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진양철 회장의 집 ‘정심재’ 촬영지로 유명하다.

수어 통역이 포함된 동네방네비프 영화 상영은 5일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도 이뤄졌다. 관람객들은 광안대교 야경이 보이는 바다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 ‘30일’을 헤드셋을 끼고 즐겼다.

9일 오후 7시 사하구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에서 상영되는 ‘씽2게더’는 현장에서 음악가들이 영화 배경음악을 직접 연주한다. 10일 오후 7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도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가 상영된다. 부산영화제의 열기를 서울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마련됐다. 동네방네비프 관계자는 “내년에도 시민들의 요구가 많은 장소에서 이색 동네방네비프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