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는 가을]
《가을은 언제나 여행의 설렘으로 두근거린다.
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 걷기도 좋고, 떠나기도 좋다.
보석 같은 국내 지역 명소들로 구성된 ‘로컬100’과 걷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코리아둘레길’ 중에서도 가을철 찾기에 더없이 좋을 여행지 10곳을 골라 소개한다.》진주남강유등축제 경남 진주
이맘때 진주의 밤은 남강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운 등으로 수놓아진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 진주대첩 당시 풍등과 횃불로 남강을 건너는 왜군을 저지한 데서 유래됐다. 강에 띄운 등은 성 밖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이 되기도 했단다. 국난 극복에 몸을 바친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남강에 유등을 띄운 진주의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오색등불로 수놓아진 가을 야간 축제로 거듭났다. 20일까지 진주성과 남강 일원에서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진주대첩, K-콘텐츠 등 테마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와 부대 행사를 선보인다.
강릉커피축제 강원 강릉
한국 커피 1세대 바리스타로 꼽히는 보헤미안 박이추, 테라로사 김용덕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 저명한 커피 명인들을 두루 배출한 강릉은 명실상부 국내 커피산업의 메카다. 커피 맛에 자부심을 가진 유명한 카페와 바리스타들이 전국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축제가 매년 가을마다 강릉커피거리와 강릉시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24일부터 27일까지 ‘커피, 바다와 다시 만나다’를 주제로 준비됐다. 아름다운 강릉 바다와 가을의 정취를 향긋한 커피와 함께 만끽하기 더없이 좋을 기회다.
북평민속5일장과 무릉별유천지 강원 동해
북평민속5일장은 1796년부터 문헌에 등장한 전국 최대 민속 5일장이다. 매달 끝자리가 3, 8일인 날에 열린다. 지역 특산물, 잡화, 어물전 등이 들어서고 민속극 북평원님답교놀이가 상설 공연돼 볼거리가 넘쳐난다. 북적북적한 재래시장 구경을 마쳤다면 인근 무릉별유천지도 들러보자. 1968년부터 40년간 쌍용 C&E가 석회석을 쇄석하던 공간이 이제는 ‘하늘 아래 경치 좋은 곳’이란 뜻을 가진 이색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익사이팅 체험 시설, 전망대, 카페 등을 갖췄다. 인증 사진 필수인 별미 ‘시멘트 아이스크림’도 놓치지 말 것.
용문사와 은행나무 경기 양평
천년 고찰 용문사는 경내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로 더 유명하다. 수령 약 1100∼1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만 42m로 국내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가을철 황금빛으로 절정을 이룬 은행나무의 압도적 자태는 가을철 많은 이의 발길을 이끈다. 통일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자라 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자리한 용문사는 고즈넉한 산책과 사색의 시간을 갖기 제격이다.
장생포문화창고와 지관서가 울산
1973년 수산물 가공창고로 이용되다 방치된 시설이 폐산업시설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했다. 외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돌고래 그림이 그려진 건물로 들어서면 아동 대상 상설공연과 기획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6층에는 오션 뷰로 입소문이 난 북카페 지관서가가 들어와 있다. 지관서가는 울산시가 공간을 제공하고 SK가 사회공헌 사업 일환으로 조성한 북카페로 총 7호점까지 개관했다. 장생포점에서는 선박들이 즐비한 장생포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망중한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남파랑길 42코스 경남 남해
걷기 좋은 남해 길 중에서도 다채로운 바다 풍경에 숲길까지 어우러져 가을을 만끽하기 더없이 좋은 길이다. 파도치는 소리가 앵무새 소리를 닮았다고 해‘앵강만’으로 불리는 이 지역을 따라 걷다 보면 동해를 닮은 절벽과 서해를 닮은 갯벌, 남해의 몽돌해변을 품은 절경을 모두 만나게 된다. 돌담을 막아 만든 원시 어로시설 석방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홍현 해라우지마을부터 바다에 닿은 계단식 논의 전경이 펼쳐지는 가천 다랭이마을까지가 하이라이트. 시작점에 남파랑길 여행지원센터가 있어 여행 정보를 얻기 좋다.
서해랑길 42코스 전북 고창
선운산과 선운사는 가을이면 꽃무릇과 단풍으로 절경을 이루는 명소다. 수많은 문인에게 영감을 준 선운사의 가을 단풍은 10월 말경이면 도솔천을 따라 오색찬란한 절경을 이룬다. 서해랑길 42코스는 천마봉을 거쳐 선운산을 넘고 동백나무 숲이 병풍처럼 감싸안은 도솔산 선운사에 닿게 된다. 총 11.6㎞, 최고 고도 337m에 달하는 하드워킹 코스니 산을 좋아한다면 도전해 보자. 등산 구간이 부담스럽다면 선운사 입구부터 선운산 도솔암 마애여래좌상까지 역방향(4㎞)으로 걸어도 된다.
DMZ 평화의 길 15코스 강원 철원
한반도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에서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길. 시작점 백마고지역은 한국전쟁 중 철원 백마고지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당시 치열했던 공방전을 기념하기 위해 역이름으로 정했다. 주변에 백마고지 기념탑, 철원 노
동당사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자. 소이산 꼭대기에 서면 철원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연꽃과 갈대가 어우러지는 새들의 낙원 철원 학저수지 둘레길은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역사와 문화에 생태자원까지 두루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다.
서해랑길 47코스 전북 부안
가을 낙조 맞이 절경을 찾고 있다면 부안으로 가 보자. 서해랑길 47코스는 가을 노을을 즐기기 좋은 노을맛집으로 구성된 길이다. 변산반도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채석강, 채석강 절경을 보기 좋은 격포해변, 중국의 적벽강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해서 이름 붙인 적벽강, 썰물 때 바닷길이 갈라지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하섬전망대 등 즐비한 관광 명소를 두루 지난다. 계절별 야생화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길.
해파랑길 45코스 강원 속초
설악해맞이공원에서 일출과 함께 걷기를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대포항, 외옹치항 같은 속초의 대표 항구와 속초해수욕장, 실향민 집단촌인 아바이마을, 청초호와 영랑호 등 구간마다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속초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 설악산국립공원, 영랑호, 보광사 등도 함께 들러보기 좋은 길이다. 속초 대표 관광지를 모두 지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