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선별검사에 꼭 필요한 것 희귀질환 조기 진단 위한 ‘신생아 선별검사’ 치사율 높은 SMA, 치료제 있지만 항목엔 없어 “전문가 중심으로 관리하는 독립 기구 필요”
신생아 선별검사는 198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으며 1997년 모든 신생아로 대상이 확대됐다. 2018년 검사 항목을 50여 종의 대사질환으로 늘렸고 올해 1월부터는 리소좀 축적질환 6종이 포함돼 현재 질환 60여 종을 진단하고 있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 조기 진단과 치료는 꼭 필요한 정부 정책”이라며 “특히 치료제가 있는 질환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삶의 질을 높이면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선별검사는 언제 어떻게 진행될까. 김 국장과 이정호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자세히 알아봤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위)과 이정호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가 나온 만큼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 질환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신생아 선별검사는 아이가 태어나고 2∼5일이 지난 시기에 발뒤꿈치를 찔러 혈액을 종이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검사 결과는 7∼10일 후에 나온다. 그 밖에 생후 30일 전에 청력검사도 진행한다. 이들 검사는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따로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유전성 대사질환을 알기 위한 유전자 검사는 신생아 선별검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은 선천성 갑상선기능 저하증이나 선천성 부신기능 저하증 등 선천성 내분비질환과 아미노산대사질환, 유기산 대사질환, 지방산 대사질환, 리소좀축적질환 등 60여 가지다.
이 교수는 “검사가 진행되는 질환은 일찍 발견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치료제가 있는 등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며 “평생 치료해야 하는 희귀질환의 경우 조기 진단을 받으면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개인병원에서 출산하면 건강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염색체 이상이나 난청유전자, 윌슨병 유전자 검사 등을 하기도 한다”며 “이런 검사들은 질환을 진단할 필요성이 많이 떨어지고 타당성도 부족해 권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척수성 근위축증, 신생아 선별검사 포함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 대한소아신경학회는 최근 척수성 근위축증(SMA)이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해당 질환의 사회적 요구도, 검사 방법, 비용 및 효과성 등을 망라한 백서를 공동 발간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1800년대 후반 발견됐지만 100년 이상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는 아이들은 대다수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다 만 1세를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그러다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현재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미국은 선별검사 항목 독립기구가 결정
미국은 보건사회복지부 산하 자문위원회가 신생아 선별검사 권고 질환 목록(RUSP)을 관리한다. 자문위는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면 항목 추가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한국은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을 결정하는 독립 기구가 없고 보건당국 주도로 선별검사 항목을 결정한다.
이 교수는 “한국도 전문가 중심으로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을 관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치료제가 출시된 질환을 발 빠르게 선별검사 항목에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국장도 “도움이 필요한 희귀질환 환우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 확대 등 신생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