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존 홉필드-제프리 힌턴 공동 수상 홉필드가 만든 ‘뇌 본딴 네트워크’ 힌턴, 학습가능 알고리즘 발전시켜 물리학 아닌 컴퓨터과학자 수상 이변… 노벨위 “컴퓨터로 문제 해결 도와”
8일(현지 시간)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스 엘레그렌 상임이사(가운데)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 교수를 발표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들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의 토대를 마련한 공을 인정받았다. 스톡홀름=AP 뉴시스
노벨위원회는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적인 발견과 발명의 공로”라며 “수상자들은 컴퓨터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간 노벨 물리학상은 기초 물리학을 연구한 과학자에게 주로 주어졌지만, 올해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기반을 마련한 두 과학자가 수상했다. 특히 AI 4대 석학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물리학 전공이 아니라 컴퓨터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다.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연결에서 힌턴 교수는 첫마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다.
우리의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 세포로 이뤄져 있고, 뉴런 간의 연결이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기억의 강도가 결정된다. 홉필드 교수는 뉴런을 노드에 대입해 노드와 노드 사이의 관계를 설정했고, 이 과정에서 원자 내부의 스핀 시스템을 차용했다.
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학습이 가능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승화시킨 업적을 인정받았다. 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활용한 ‘볼츠만 머신’을 개발했다. 볼츠만 머신은 홉필드 네트워크를 ‘학습’하도록 만든 알고리즘이다.
쉽게 말해 홉필드 네트워크가 기억을 하는 패턴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면, 볼츠만 머신은 이 패턴을 학습해 최적화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조정효 서울대 교수는 “볼츠만 머신이 없었다면 홉필드 네트워크가 지금의 AI 알고리즘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 노벨상 받고도 “AI 통제 불능 우려”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오픈AI, 구글, 메타 소속 주요 과학자들의 스승으로, 힌턴 교수 본인도 2012년 제자들과 구글브레인에 입사해 구글의 AI 개발을 도왔다. 그의 제자인 천재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AI의 창업자다. 수츠케버는 오픈AI가 영리적으로 변했다며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힌턴 교수 역시 지난해 구글을 나와 AI가 통제 불능으로 진보하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며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8일 수상자 발표 후 이뤄진 전화 기자간담회에서 “AI는 산업혁명에 비견할 수 있다. 인간의 체력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또한 여러 가지 나쁜 결과, 특히 (AI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홉필드 교수와 힌턴 교수는 상금 1100크로나(약 14억3400만 원)를 나눠 갖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전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