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외국인 순매도 반도체에 집중… 10월 증시는 급락한 반도체 업종에 달려
올해도 9월 증시는 ‘역사적으로 부진한 9월의 계절성’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주가 하락 패턴’ 등으로 부정적일 것이라는 불안과 함께 시작했지만 현실은 그 계절성과 패턴을 극복했다. 물론 9월 초 발표된 미국 8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8월 초처럼 침체 내러티브가 강화돼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조정받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8월 폭락장에서 습득한 주가 내성,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등이 부정적 분위기를 전환했다.
블룸버그 서베이 응답자 75% “미국 경제 연착륙할 것”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각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실제 9월 FOMC에서 50bp(1bp=0.01%p)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현재까지 주가 흐름을 보면 대다수 시장 참여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이번 금리 결정을 호재성 재료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에 비해 나아진 것이 맞지만, 앞으로도 증시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의견 차이를 초래할 수 있는 이벤트들을 치러야 한다.
우선 거시경제 여건상 악재로 작용했던 미국 침체 내러티브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요소다. FOMC 정례회의 직후 블룸버그가 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2025년 말까지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고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에 응답자의 75%가 동의했으며, 현 시점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응답률 49%)이 채권(31%), 현금 또는 금(20%)에 앞서 최선의 선택으로 집계됐다.
같은 맥락에서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침체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면 단기적인 주가 하방 압력이 크지 않았던 전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57년부터 S&P500 기준으로 미국 경기침체를 수반하지 않은 첫 금리인하 이후 12개월 수익률과 최대 하락률 평균은 각각 11%, -4%, 경기침체가 수반된 첫 금리인하 이후 12개월 수익률과 최대 하락률 평균은 각각 8%, -16%를 기록했다(그래프1 참조).
이런 과거는 앞으로 주식시장이 경기침체 여부에 대한 민감도를 계속 높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10월에는 FOMC 정례회의가 열리지 않지만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서 이상 분위기가 감지되거나 ISM 제조업 PMI, 실업률 등 주요 지표가 부진하다면 8월 초 혹은 9월 초처럼 증시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소프트랜딩)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 미국 소비지표를 포함한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전 침체 시기 때와 달리 대부분 지표가 침체를 가리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경기 모멘텀을 측정하는 경기서프라이즈지수는 9월 25일 기준 -12.7로 8월 초(-40.6), 9월 초(-30.1)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도 시장은 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경기지표를 통해 △선제적 혹은 사후적 인하 여부 △향후 금리인하 폭 △침체 여부 등을 계속 가늠하고 수정할 것이다. 이는 증시에 혼선을 일으키는 요인이지만 ‘선제적 인하+연내 총 50bp 인하+침체 없음’을 베이스 경로로 상정해야 한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는 중기적으로 증시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 초입과 대선이 맞물려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주요 경합 지역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 역시 11월 실제 투표일까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수록 시장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블룸버그 서베이에서도 “트럼프 당선 시 연준의 독립성이 저해되거나 해리스가 당선했을 때보다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선이 있는 해 10월에는 증시 변동성이 높았던 만큼 올해 10월에도 매크로 이슈보다 미국발(發) 정치 이슈가 시장의 중심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그래프2 참조).
마이크론 호실적에도 韓 반도체 노이즈 가능성
이에 더해 한국 경제와 증시는 외국인 셀 코리아, 반도체 업황 불안 등 고유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외국인은 9월 한 달 동안 코스피에서만 7조1000억 원 순매도하면서 수급상 지수 상단을 제약하고 있으며, 특히 순매도가 반도체(8조1000억 원)에 집중돼 있다. 결국 10월 증시 향방은 9월 10% 넘게 급락한 반도체 업종의 주가에 달린 셈이다.
일단 코스피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도체는 최근 1개월간 이익수정비율(이익 추정치 상향 종목 수와 하향 조정 종목 수 비율) 최하위를 차지할 정도로 업종에 노이즈와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반도체 매출 등 전 세계 전방 수요의 선행지표인 미국 ISM 제조업 신규 주문-재고 스프레드 역시 둔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침체 내러티브가 이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이나 연준의 금리인하가 선제적 성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신규 주문-재고 스프레드의 추가 악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한 단순 주가상으로도 단기간 낙폭이나 수급 이탈이 과도했던 만큼 현 시점에서 이들 업종에 대한 비중 축소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실적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데이터센터용 D램 매출 호조 등으로 어닝서프라이즈 및 긍정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업황 피크아웃 불안이 어느 정도 불식됐다. 그렇지만 10월 들어 한국 9월 수출 통계, 삼성전자 잠정 실적, SK하이닉스 실적 등 국내 반도체 수출과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들 주가에 노이즈가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하며, 반도체 업종은 비중 확대 혹은 축소 등 방향성 베팅보다 비중 중립으로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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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59호에 실렸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