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신간에 대선판 ‘발칵’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들었던 유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81)의 새 책 ‘전쟁(War·15일 출간 예정)’이 미 워싱턴 정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8일(현지 시간) WP,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착, 겉과 속이 다른 듯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모습, 폭주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 등이 담겼다. 미국 대선이 한 달이 채 안 남았고,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초접전인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9·11테러’ 보도로 두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언론계의 ‘탐사보도 대가’로 여겨져 왔다. 수십 년간 백악관을 집요하게 취재하며 22권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특히 ‘공포(Fear·2018년)’, ‘분노(Rage·2020년)’, ‘위험(Peril·2021년)’ 등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던 시절 미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담은 책을 출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우드워드는 최근 정기적으로 칼럼이나 기사를 쓰진 않지만 여전히 ‘현장’과 ‘사람’에 대한 심층 취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선 책 내용 중 트럼프 후보와 푸틴 대통령의 밀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으로 집권 중이었던 2020년 푸틴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검사 장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라며 비밀리에 보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검사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에 상당한 호의를 베푼 것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조차 트럼프 후보에게 ‘나한테 이걸 보냈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사람들이 당신을 욕할 것’이라며 우려했다고 우드워드는 폭로했다.
트럼프 후보는 2021년 1일 퇴임 후에도 푸틴 대통령과 7번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를 논의했다. 이에 우드워드는 “트럼프는 미 역사상 가장 무모하고 충동적인 대통령”이라며 “2024년 대선 후보로도 똑같은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화장지로나 써야할 책”이라며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 ‘이중적인’ 해리스, ‘욕쟁이’ 바이든
우드워드는 해리스 후보에 대해 ‘언제나 지원하는 역할로 정책을 직접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존재감이 없었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을 막기 위해 분투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도 담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7개월 만인 2022년 9월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겉으로는 “이스라엘 지지”를 밝혔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정책에 매우 분노했다. 우드워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빌어먹을 나쁜 놈(That f**king a**hole)’, ‘자신의 정치적 생존에만 관심 있는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