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한국 국채가 편입된다. 재작년 9월부터 4차례 시도 끝의 성공이다. 영국의 시장지수 산출 기관인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운영하는 WGBI는 블룸버그, JP모건 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 지수로 꼽힌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국채가 모두 포함돼 있어 연기금 등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 나침반이다. 지수 편입으로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전부터 WGBI 편입을 추진한 한국은 국채 발행 규모, 국가 신용등급을 충족하고도 외국인에 대한 과세 체계, 외환시장 개방성 부문 점수가 낮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총생산(GDP) 순위 세계 10대국 중 빠진 건 한국과 인도뿐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외국인의 투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원-달러 거래 시간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하는 등의 보완 조치를 한 끝에 이번엔 편입됐다.
▷WGBI에 투자되는 민간 자금은 약 2조5000억 달러, 한화로 약 3400조 원 규모다. 한국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560억 달러(약 75조 원) 정도의 외국인 자금이 새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국채 수요가 늘면 국채 가격은 오르고, 정부는 낮은 이자에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올해 말 1200조 원에 육박할 국가채무를 고려할 때 이자 부담 감소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마냥 축포를 터뜨릴 일만은 아니다. 외국자본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자본 시장이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채권에 앞서 한국 증시를 선진국 지수에 포함시켜 온 FTSE 러셀도 이번에 “공매도 재개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한국 증시 분류에 대해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의 우려처럼 공매도 금지를 이유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강등하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돼선 안 된다는 경고다. 정부가 주식 투자자들 눈치만 보느라 전혀 선진국답지 않은 공매도 금지를 고수하는 동안 대규모 해외 자본이 한국 증시에 들어올 물길을 넓힐 진짜 ‘밸류업’은 위협받고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