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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약 환자 年 6000명 넘는데… ‘사후관리 시스템’ 부실

입력 | 2024-10-10 03:00:00

단순 사범 34% 재활교육 안 받아
모니터링 프로그램 이수자 374명 뿐
“자발적 신청… 귀찮아서 거부” 지적




지난해 마약류 중독으로 입원하거나 진료를 받은 환자가 6381명에 달하지만 상당수는 재활교육이나 상담 등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다시 중독에 빠질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중독으로 입원한 환자는 3155명,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3226명이었다. 마약류 중독 치료에는 각종 환각제, 진정제, 흥분제 오남용으로 인한 정신 및 행동 장애 치료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중독자들이 마약류를 완전히 끊도록 유도하는 사후 관리는 미흡한 상태였다. 지난해 검찰이 단순 투약 사범으로 판단해 처벌 대신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대상은 2138명이었다. 이들에게 부과된 조건은 마약퇴치본부에서 설치한 전국 11곳의 한걸음센터에서 재활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재활교육을 이수한 인원은 1402명(65.6%)에 불과했다. 대상자가 교육을 받지 않으면 기소됨에도 불구하고 3명 중 1명은 재활교육을 안 받은 것이다.

또 재활교육 이수자 중 마약류를 완전히 끊기 위해 꾸준히 ‘사례관리’를 받는 인원은 276명(19.7%)에 불과했다. 사례관리는 전문가들이 상담 등을 통해 약물을 오남용하지 않았는지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이다.

보호관찰 조건으로 기소유예된 마약 사범의 경우 ‘재범 예방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교육 이수자 1354명 중 사례관리까지 이어진 인원은 98명(7.2%)에 그쳤다. 사례관리는 교육 이수자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해야 하는데 마약 사범 대부분이 귀찮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특성상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중독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류 중독은 평생 유혹에 시달려야 하는 만성 재발성 질환”이라며 “처벌보다 치료와 사후 관리를 강제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마약이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중독자 사후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