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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지자체-글로컬大 손잡고 세계 최고 수준 대학 키운다

입력 | 2024-10-10 03:00:00

경북도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포스텍 글로컬 대학 사업
중앙정부 대신 지자체가 대학 지원
시도별 주력 산업 선정해 연계 등… 지역 특성 고려한 상생 방안 제시
포스텍, 1조2000억 원 규모 투자… 양자컴-AI 등 융합전공 개설 늘려



7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2층에 위치한 경북도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RISE)’ 센터 앞에서 직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북도 RISE 센터 제공


7일 낮 12시 40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RISE)’ 센터.

창문 너머 도청 어린이집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김용현 센터장 등 센터 직원 9명은 올해 11월 초부터 진행되는 RISE 사업 공모 및 예비평가 준비에 한창이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경북도가 RISE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도내 대학 33곳과 소통하며 경북도만의 RISE 기본 계획을 확정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인력도 20명까지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경북도 “미국 UC 같은 권역 대학 연합체계 구축”

교육부는 지난해 2월 RISE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대학 지원체계를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전환해 지역 요구 사항을 신속하게 반영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광역지자체 17곳이 올 12월까지 ‘RISE 5개년 기본계획’을 확정하면 이들 지역에 2025∼2029년 년 2조 원의 국비 예산이 지원된다. 각 지자체는 국비 지원 20% 이상의 지방비를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3월 시범지역 7곳 중 1곳으로 선정된 경북도는 6월부터 ‘경북 RISE 지역협업위원회’를 구성해 지자체와 대학, 산업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역 대학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RISE 센터를 공식 개소했다. 오영호 RISE 센터 팀장은 “지금까지 대학들을 대상으로 총 66회의 설명회, 간담회, 포럼, 워크숍 등을 개최했다”며 “지자체의 대학 지원사업이 처음이다 보니 대학의 불안을 불식시키고자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지역정주형 인재 양성 △지자체·산업체·학교·연구소 협력 생태계 구축 △직업·평생교육 혁신 △지역 현안 해결 등 교육부가 제시한 4개의 성과목표에 맞춰 17개 단위 과제로 이뤄진 4개 프로젝트를 운영할 예정이다. 각 시군의 주력 산업을 선정하고 대학을 매칭하는 ‘K-U시티 사업’과 권역별 대학 연합체계를 형성하는 ‘메가버시티(MEGAversity) 사업’이 대표적이다.

K-U시티 사업은 대학 분포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초지자체 22곳 중 11곳에 매칭된 대학들이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이 없는 울릉도에 한동대가 캠퍼스를 설치하면 한동대 학생들이 2∼4학년 때 울릉도에서 현장 수업을 받는 식이다. 오 팀장은 “메가버시티 사업은 도내 33개 대학이 지역 특성을 활용한 경북학 등 공통 교양 과정을 만들어 미국 캘리포니아대(UC) 같은 대학 연합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RISE 센터는 11월 초 각 대학 RISE 사업 공모가 시작되면 예비평가와 본평가를 거쳐 내년 3월까지 사업 대상을 선정할 방침이다. 내년 5월부터는 각 대학에 예산을 교부하고 사업 추진을 시작한다. 오 팀장은 “각 대학에 국비 지원 규모의 최대 30%까지 지방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로컬 선정된 포스텍 “포항을 창업 최적지로”

포스텍에서 올 1월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한 미국 ‘CES 2024’ 견학 현장. 학생들이 최신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포스텍 제공 

교육부는 세계적인 수준의 지역대학 육성을 목표로 하는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를 RISE 체계 내에서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글로컬 대학 프로젝트를 통해 두 차례에서 걸쳐 총 20개 대학이 선정됐는데, 이들 대학에는 5년간 각각 1000억 원의 국비와 지방비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2026년까지 10개 대학이 추가로 선정된다.

지난해 ‘글로컬 1기’ 대학에 선정된 포스텍(포항공대)은 국비·지방비 지원 2000억 원과 법인 자체 투자 2000억 원을 합쳐 총 4000억 원 규모의 글로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법인 자체 투자 6000억 원, 졸업생·동문 기업 기부금 2000억 원을 더해 2033년까지 총 1조2000억 원 규모의 ‘포스텍 제2건학’을 진행할 방침이다. 안희갑 포스텍 기획처장은 “교육부의 글로컬 사업을 마중물 삼아 투자 규모를 키웠다”며 “포스텍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포스텍은 이미 △교육 혁신 △산학협력 혁신 △연구개발(R&D) 혁신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각종 지원 정책 마련과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교육 혁신을 위한 융합학부를 출범시켰으며 내년부터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다양한 융합전공 트랙을 개설할 방침이다. 2027년까지 2000억 원 규모의 교육동을 건립하며 교육 인프라도 확충한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견학 등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게 하는 기존의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을 올해 신입생부터는 4년간 1000만 원 규모의 바우처를 진로 탐색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확대 개편한다.

경북 포항시를 글로벌 기술창업의 최적지로 만드는 ‘퍼시픽밸리’ 구축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지난해부터 ‘경북 스타트업 아카데미’와 연계해 기술창업 역량 강화 교육을 시작했으며, 지역 기업의 제조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는 ‘스케일업 그라운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안 처장은 “고등교육 혁신을 위해선 전체 대학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글로컬 대학 사업의 모범이 되도록 포스텍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안동=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