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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말 끝내준 심우준… KT, LG 잡고 5차전으로

입력 | 2024-10-10 03:00:00

준PO 탈락위기서 2승2패 기사회생
이강철 감독 “우린 벼랑끝에서 잘해”
심우준, 11회말 투수 옆 스치는 땅볼
LG 유격-2루수 충돌 틈타 주자 득점



KT 9번 타자 심우준(왼쪽 팔에 붉은색 보호대를 착용한 선수)이 9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연장 11회말에 6-5를 만드는 1타점 끝내기 내야 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수원=뉴스1


KT가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4차전을 챙기며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갔다.

KT는 9일 안방 수원에서 열린 LG와의 준PO 4차전에서 연장 11회말에 터진 심우준의 끝내기 내야안타로 6-5로 이겼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된 두 팀은 11일 LG의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이날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벼랑 끝에 몰려야 잘하는 것 같다”며 농담처럼 말했다. 실제로 KT 선수들은 이번 가을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KT는 1일 열린 5위 결정전에서 SSG에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포스트시즌행 막차 티켓을 따냈다. 2일과 3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비겨도 탈락하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대전 방식을 딛고 2연승을 거두며 준PO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2015년 이후 5위 팀이 준PO에 오른 건 KT가 처음이었다.

KT는 또 한 번의 ‘마법 같은 승리’에 도전한다. 그동안 5전 3승제로 치러진 준PO 1, 2차전에서 양 팀이 1승씩 나눠 가진 건 6번 있었는데 3차전 승리 팀이 100% PO에 진출했다. 이번 준PO 1, 2차전에서도 두 팀은 1승씩 챙겼고 3차전에선 LG가 이겼다. 이날 4차전을 잡은 KT가 5차전에서도 승리하면 또 한번 사상 최초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4차전에서 KT는 LG 김현수와 박해민에게 연속 타자 홈런(2회), 문성주에게 적시타(4회)를 내주며 1-3으로 끌려가다 4회말 공격에서 3점을 뽑아 4-3 역전에 성공했다. 5회말엔 강백호가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점수 차를 5-3으로 벌렸다. 하지만 KT는 8회초 2점을 내주며 5-5 동점을 허용했다. 두 팀은 결국 정규 이닝 9회에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KT는 연장 11회말 공격에서 LG의 6번째 투수 백승현을 상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배정대가 바뀐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2루수 앞 땅볼, 대타 천성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만루 기회가 날아가는 듯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결국 KT 쪽으로 향했다. 2사 만루에서 심우준이 정우영 옆으로 지나는 땅볼 타구를 때렸다. 그런데 이 공을 서로 잡으려던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가 충돌하는 사이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을 밟으면서 4시간 10분에 걸친 승부를 끝냈다. 9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해 좋은 수비를 여러 번 보여준 심우준은 이날 끝내기 내야안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도루로 활약했다.

KT 마운드에선 선발과 중간 등 전천후로 등판하고 있는 고영표와 마무리 투수 박영현의 호투가 빛났다. 5회 등판한 고영표는 3과 3분의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박영현은 8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11회까지 3과 3분의 1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3개를 잡으며 퍼펙트 피칭을 했다. 승리투수가 된 박영현은 이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 감독은 경기 후 “0%의 기적을 쓰라고 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했다.

두 팀은 5차전에서 총력전을 예고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준PO 1∼4차전에 모두 등판한) 에르난데스와 (3차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을 던진) 손주영도 모두 대기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박영현에 대해 “일단 상태를 보겠다”며 5차전 등판 가능성을 열어놨다. LG는 임찬규, KT는 엄상백이 5차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수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수원=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