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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감염 3년 후까지 심장마비·뇌졸중·사망 위험 2배 높여

입력 | 2024-10-10 09:38: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심장병, 뇌졸중 발병 위험을 두 배 이상 높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동맥경화·혈전·혈관생물학(Ather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에 9일(현지시각) 실린 연구에 따르면 백신이 보급되기 전인 2020년 코로나 19에 걸린 사람들은 첫 진단 후 최장 3년 동안 심장마비, 뇌졸중, 사망 위험이 코로나 19 병력이 없는 사람들 보다 2배 높았다. 심혈관 질환이 없거나 제2형 당뇨병이 없는 코로나 19 입원자는 심혈관 질환이 있고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 뇌졸중, 사망 위험이 21% 더 높았다.

특히 증상이 심해 입원 치료를 받은 이들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거의 4배로 증가했다. 입원이 필요했던 이들에겐 코로나 19가 제2형 당뇨병이나 말초동맥 질환(PAD)처럼 미래의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강력한 위험 요소로 작용했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 19 감염으로 인한 심장 위험이 시간이 지나도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위험이 감소하는 징후가 없다는 점이 실제로 가장 흥미롭고 놀라운 발견 중 하나”라고 공동 저자이자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심혈관·대사과학 부서장인 스탠리 해젠 박사가 말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공동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의 의료 자료에서 2020년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1만1000여 명(입원 환자 3000명 포함)과 감염되지 않은 21만 여명의 데이터를 뽑아 비교 분석했다. 양 기관의 의사들은 연구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3년 동안 추적 관찰해 앞서 소개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가 심혈관계에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혈관 벽을 따라 존재하는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동맥 내 끈적끈적한 플라크에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CNN에 따르면 공동 저자인 USC 켁 의과대학(Keck School of Medicine of USC)의 생화학·분자유전학 교수 후만 알라예 박사는 “코로나19가 동맥벽과 혈관계에 지속적인 손상을 입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라예 박사는 코로나19가 동맥벽 내부에 형성된 플라크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이를 더 쉽게 파열시켜 혈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당뇨병이나 심장병 병력 등 심장 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후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지 살펴봤으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 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혈액형에 따른 차이도 발견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A형, B형 또는 AB형 혈액형을 가진 코로나19 환자는 O형 혈액형을 가진 환자보다 주요 심장 질환을 겪을 확률이 더 높았다. 중증 감염자는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높았는데, O형 혈액형이 아닌(A·B·AB형) 경우 그 위험이 O형 대비 65% 더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을 경험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규모 하위 그룹에서 나타난 작은 영향이 아니다. 거의 2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 질환의 증가에 대한 설명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견”이라고 헤젠 박사는 말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심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는 몸 전체에 염증을 일으켜 혈관에 압력을 가하고 혈전 위험을 증가시켜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는 심장 근육 자체의 염증인 부정맥 및 심근염과도 관련이 있어 장기를 손상시키고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올해 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혈관 관련 사망자 수가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여 10년간의 감소 추세가 반전되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2년 동안 9.3%가 증가했는데, 이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8.9% 감소한 흐름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 19가 상기도 감염이긴 하지만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며, 심혈관 질환 예방 계획과 목표를 수립할 때 코로나19 감염 이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헤이젠 박사는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