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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주차구역이 어디예요?”…공공주차장 절반이 관리 소홀

입력 | 2024-10-10 12:34:00

경기도, 임산부 우선주차구역 실태 감사
도서관 등 공공청사 주차장 165곳 대상
주차구역 미설치·관리 소홀 등 88곳 확인




바닥 면 표시 도색 훼손. 경기도 제공


임산부 A 씨는 민원서류 발급을 위해 공공기관을 찾았다가 임산부 주차구역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비어있는 주차 공간이 없었고 임산부 주차구역 안내 표지도 보이지 않았다. 일일이 주차장 바닥을 확인한 뒤에서야 희미하게 보이는 ‘임산부 주차구역’ 표시를 발견하고 주차할 수 있었다.

출산 지원 사업 상담을 위해 담당 기관을 방문한 또 다른 임산부는 B 씨는 임산부 주차구역이 없어 애를 먹었다. 건물 입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기는 했는데 그마저도 주차구역이 좁아 만삭의 몸으로 타고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임산부 주차구역 표지판 미설치. 경기도 제공


경기지역 공공주차장의 절반 정도가 임산부 우선(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하지 않는 등 부실 운영을 하고 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 감사위원회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임산부 우선(전용) 주차구역 설치와 운영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13일 도민감사관과 함께 도청사, 시군 청사, 소속기관 청사, 시군도서관 등 공공청사 주차장 165곳이 대상이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87곳에서 주차구역 미설치, 바닥 면 표시 미흡 등 88건의 지적 사항을 확인했다. 경기도는 시정, 권고 등의 행정조치를 하는 한편 정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일관된 설치·운영 세부 기준을 마련해 시군에 권고할 예정이다.

경기도청 직원들이 임산부 주차장 규격을 측정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임산부 주차구역 설치 의무는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다른데, 조례상 임산부 주차구역 설치가 의무임에도 설치하지 않은 23곳은 설치하도록 시정했다. 조례상 설치 의무가 없는 45곳에 대해서도 설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조례에서 정한 임산부 주차구역 설치율에 미달하거나 주차구역의 너비와 길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설치한 사례도 발견돼 추가 설치 또는 재설치하도록 했다. 이 밖에 안내 표지를 설치하지 않거나 바닥 면 표시 도색이 벗겨진 시설에 대해서는 각각 식별이 쉬운 곳에 안내 표지를 하고 표지와 바닥 면 표시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권고했다.

시군마다 주차구획의 규격이나 표시 방법 등에 차이가 있거나 임산부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설치 기준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도 차원에서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 권고하도록 관련 부서에 요구할 계획이다.

경기도청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기관은 관련 법령에 따라 그 처분 요구나 조치 사항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할 때 1개월 이내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고, 최종 감사 결과는 재심의 기간을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안상섭 경기도 감사위원장은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임산부를 배려하고 출산 친화적인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감사였다”라며 “현장 실태점검 감사를 통해 생활 편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