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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우파 르펜 가문 쪼개지다…마레샬, 새로운 극우 정당 창당 [지금, 이 사람]

입력 | 2024-10-10 15:53:00


“너무나 오래 국가 재정을 지배했던 ‘정신적 사회주의’를 벗어나겠다.”

6월 5일(현지 시간) 2024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연설하고 있는 마리옹 마레샬. 사진 출처 마레샬 ‘X’


프랑스 극우의 상징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35)이 독립적인 극우 정당 ‘정체성과 자유(Identité-Libertés)’를 창당했다. ‘프랑스 최연소 하원의원’ 기록을 가진 마레샬은 젊은 나이와 화려한 외모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이모인 르펜보다 강경한 극우 색채로 ‘차세대 극우 지도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우파 전선의 분열이 아닌 강화”가 목표라며 RN과 협력할 뜻을 밝혔지만, ‘복지 포퓰리즘 반대’ 등 이모와 상반되는 정책 노선을 예고했다. 2027년 대선에 도전하는 RN과 르펜 전 대표에게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8일(현지 시간) “프랑스 우파를 수십 년간 지배해 온 르펜 가문이 다시 한번 내홍을 겪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마레샬은 전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창당 소식을 발표하며 “워크(woke·깨어있음, 진보주의자를 비꼬는 표현), 복지주의, 세금 갈취에 반대하는 정당”를 표방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한 친(親) 기업성향을 가진 보수 기독교 신자로 “이슬람화를 거부하고 기독교 유산을 지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르펜 전 대표는 ‘프랑스 세속주의’를 강조하는 인물로 복지 확장에도 긍정적이다. 연금 수령 연령(청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을 두고도 마레샬은 찬성, 르펜 전 대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8월 26일(현지 시간)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차기 총리 임명 관련 회동을 갖기 위해 파리 엘리제궁에 들어서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마레샬과 르펜 전 대표의 노선 갈등은 과거에도 도마에 올랐다. 2012년 RN의 전신 국민전선(FN) 소속으로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돼 당의 스타로 떠올랐던 마레샬은 2017년 갑작스레 정계 은퇴를 선언해 이모 르펜과의 불화가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202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당시 RN이 아닌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극우 논객 에릭 제무르의 흐콩케트(Reconquete·재정복)당에 가입했다. 다만 올 여름에 르펜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흐콩케트당에서 나왔다.

더타임스는 “르펜 전 대표와 마레샬 갈등이 가족 간 갈등을 넘어 프랑스 우파 세력의 전략적 차이와 분열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마레샬은 극우 세력 집권을 위해선 주류 정당과도 연합하고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극우 ‘이탈리아형제당’ 소속으로 연정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여러 차례 추켜세운 바 있다. 남편 빈첸조 소포가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 우파 세력과 개인적인 관계가 깊기도 하다. 반면 르펜 전 대표는 RN과 다른 유럽의회 내 우파 세력의 연대를 꺼리며 멜로니 총리도 ‘경쟁자’로서 경계하는 입장이다.

마레샬은 자신의 새로운 정당이 이모 르펜과의 갈등을 촉발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르펜 전 대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치적 의견에서 불일치가 있을 뿐이다. 그런 건 어느 가족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더타임스는 마레샬이 르펜 전 대표와 중요한 정책적 입장을 달리 할 것임을 밝힌 만큼 “가족 간의 관계가 더욱 긴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