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신뢰 저해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 엄정대응”
해외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외국 정부 장관이나 국유기업 임원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국내 중견기업 대표, 상무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외국 공무원에게 금품을 뿌린 직원과 법인을 처벌하는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국제뇌물방지법)을 적용한 사례다.
10일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홍용화)는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건설·감리 국내 선도업체 A 사의 이모 상무(60)와 양모 부장(42), 국내 중견기업 B 사의 김모 대표(65)와 김모 부사장(57) 등을 포함한 관계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토목설계·감리 기업인 A 사의 이 상무는 2019년 5월경 당시 차장이었던 양 부장과 함께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A 사가 외국 정부의 고속도로 건설 사업 감리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청탁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국 장관에게 20만 달러(약 2억7004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129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 제공
김 대표와 김 부사장은 관세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2022년 7월경 허위물품과 용역거래를 가장하는 방법을 이용해 C사에 대한 실제 수출대금에 211만 달러(약 28억4871만 원) 규모의 뇌물을 포함해 총 955만 달러(약 128억8953만 원)를 수출대금으로 신고했다고 봤다.
검찰은 A사에 대해선 “‘해외시장개척’을 명목으로 한 국내 선도기업의 조직적 국제 비리”라고 밝혔다. 또 B사에 대해선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해 은밀히 뇌물을 수수하고 수출가격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의 구조적·계획적 비리”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 뇌물을 제공하는 것은 국제계약 규범을 위반해 국가 간 신뢰를 저해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면서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해외 진출 및 국제계약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