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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 사망’ 지휘관들, 동료 훈련병들에 합의금 제시

입력 | 2024-10-10 15:01:00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지난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이른바 ‘얼차려 사망’ 사건으로 숨진 훈련병과 함께 훈련 받았던 피해 훈련병이 법률대리인을 해임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숨진 박모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았던 훈련병 A 씨(현재 일병)가 지난 8일 국선변호인 B 씨를 해임하고 숨진 훈련병 유가족 측의 법률대리인을 새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사건 전날 밤 별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부중대장이었던 남모 중위(25)로부터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이튿날 A 씨는 박 훈련병 등 5명과 함께 중대장이었던 강모 대위(27)의 지시로 규정에도 없는 얼차려를 받았다. 이 일로 박 훈련병이 사망했고 A 씨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지난 8월 27일 강 대위와 남 중위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2차 공판에서 증인석을 통해 “가해자들을 엄중 처벌해달라”며 사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센터에 따르면 사건 발생후 강 대위와 남 중위는 훈련병 5명을 대리하던 B 씨를 통해 A 씨 가족에 여러 차례에 걸쳐 합의를 요구했다고 한다.

센터는 “지난 8월 열린 2차 공판에서 B 씨는 A 씨를 처음 찾아와 가해자 측에서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며 “A 씨는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가해자들의 사과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는 부적절하다며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B 씨는 지난 8일 A 씨 가족에 연락해 재차 합의를 요구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강 대위는 300만 원, 남 중위는 500만 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A 씨 측은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 없이 황당한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해 이를 거부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센터를 통해 “가해자들은 가혹행위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생존 훈련병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혀놓고도 사죄도, 반성도, 합당한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죄를 덜 생각만 하고 있다”며 “이들이 마땅한 죄값을 치를 수 있도록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계속 합의 요구를 전달해 온 국선변호인을 해임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춘천지검은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강 대위와 남 중위를 구속기소 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래)은 오는 11일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