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잔디.
이달 초 경기 여주의 회원제 골프장을 다녀온 한 기업 임원은 잔디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최고급 골프장이라는 명성에 맞지 않게 듬성듬성 누렇게 변한 잔디와 흙바닥을 마주해서다. 그는 “유난히 길고 더웠던 올 여름 날씨 때문에 잔디가 다 타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명문 골프장까지 이럴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10일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설 잔디연구소에 따르면 잔디 품종 교체를 진행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골프장들이 올해 들어서만 1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이어진 불볕 더위로 인해 한지형 잔디, 이른 바 ‘양잔디’가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골프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골프장에 깔리는 잔디는 크게 한지형 잔디(양잔디)와 난지형 잔디(조선잔디 또는 한국잔디로 불림)로 구분된다. 양잔디는 양탄자같은 푹신함, 비단결과 같은 매끄러움이 특징이다. 잎이 가늘고 밀도가 높아서다. 양잔디는 추위에 강해 겨울에도 초록색이다. 노랗게 변하지 않는 대신 더위에 약하다. 올 여름 폭염이 추석까지 이어지자 양잔디를 깐 골프장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 골프장 캐디는 “손님들도 잔디 상태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천재지변급 무더위인데 어쩌겠나’라며 이해해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골프장들의 잔디 품종 교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잔디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출신인 장덕환 ENL 부사장은 “양잔디가 자라기 좋은 온도대는 15~26도 사이로, 봄·가을에 잘 자란다”며 “올해 같은 기후가 지속되면 양잔디는 한국 골프장에서 무척이나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