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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자체 OS 확대 “구글용 앱 깔지마”… 中 ‘OS 독립’ 본격화

입력 | 2024-10-11 03:00:00

中테크 독립 생태계 출범 신호탄
안드로이드 기반 앱 배제 첫 버전
앱 1만개 개발… 모든 제품에 적용
삼성-LG도 자체OS로 ‘독립전쟁’… 새 수익원-생태계 주도권 확보나서




중국 화웨이가 신규 운영체제(OS) ‘하모니OS 넥스트’를 공개 출시하며 OS 독립에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모니OS 넥스트는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을 배제한 화웨이의 첫 OS로 중국 테크 업계의 독립 생태계가 출범하는 신호탄 격이다.

TV, 가전 등 스마트 기기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글에 맞서 자체 OS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기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에 이르자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전략이다.

● 오픈베타 시작, 위챗 등 1만 개 앱 맞춤 개발

1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신규 OS 오픈베타 서비스를 내놓으며 메이트60 시리즈, 메이트X5 등 자사 제품에 하모니OS 넥스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하모니OS를 출시, 배포해 왔지만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지 않는 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드로이드 앱이 지원되지 않는 만큼 앱 개발 업체들은 하모니OS에 최적화된 앱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화웨이는 1월부터 클로즈드베타 버전을 중국 개발사들에 공유하며 고도화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바이두, 징둥, 텐센트 등 중국 주요 빅테크들이 대거 참여했다”며 “현재 화웨이OS 넥스트를 위해 1만 개 이상의 앱이 개발됐다”고 전했다. ‘중국 카카오톡’이라 불리는 위챗도 하모니OS 버전이 출시됐다. 하모니OS 넥스트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PC, 태블릿, 차량 등 화웨이 모든 제품 및 서비스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화웨이는 자국 내 ‘애국소비’ 열풍에 힘입어 스마트폰과 OS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OS 시장에서 하모니OS 점유율은 1분기(1∼3월) 17%를 차지하며 애플 iOS(16%)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전년 동기 점유율은 8%였다. 한때 미국 규제로 바닥을 찍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같은 기간 10%에서 17%로 뛰어올랐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폰을 쓰는 사용자가 늘어나며 OS 사용자도 자연스럽게 따라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TV·가전에서도 OS 독립 활발

OS ‘독립전쟁’은 TV, 가전업계에서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자체 개발한 타이젠, 웹(web)OS를 앞세워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도전하고 있다. 글로벌 TV 1, 2위 업체인 만큼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세탁기,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으로도 연결하고 최근 부상하는 차량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장도 노리고 있다.

하드웨어가 주력이었던 기업들이 OS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분야가 큰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OS 수익 사업이 콘텐츠와 광고다. 구글, 애플도 OS 기반 광고나 앱 마켓 결제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는 목적도 크다. 화웨이가 하모니OS를 처음 출시한 시기도 2019년 미국 정부가 구글 안드로이드 OS 사용을 금지한 규제 직후였다.

스마트홈 시대 기기 간 연결이 중요해지며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크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OS는 다양한 서비스를 연동하고 최적화하는 가장 밑바탕”이라며 “타사 OS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OS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게 전략적인 판단일 수 있다”고 했다.

기기 간 연결이 중요한 만큼 OS 생태계를 타사 제품으로까지 확산시키는 것은 과제다. 타 업체와 제휴를 맺고 OS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 자사 기기가 차지하는 상황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TV OS 시장 1위는 안드로이드로 점유율 42.2%였고 이어 2위 타이젠 20%, 3위 웹OS 11.7% 순이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